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주식시장 구조 개편의 주요 내용은 상장시장을 '코스피-코스닥-코넥스' 3등급의 계층적 구조로 전환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코스피 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새로 쓰며 승승장구하는 동안에도 상승세를 좀처럼 타지 못하는 코스닥의 정체성을 새롭게 세우는 한편, 코넥스를 초기 기술기업의 자금조달 시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14일 전자신문이 단독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당국에서는 이번 개편의 주된 이유를 현행 상장시장 구조적 문제점에서 찾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당초 대등한 경쟁관계를 상정하고 출범했던 코스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도 장중 최고가를 새로 쓴 코스피와는 달리 코스닥은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것은 물론 800선 안팎에 머물러 있다.
벤처기업부터 대형 성숙기업까지 혼재돼 있어 시장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성장도 정체됐다는게 코스닥에 대한 금융당국의 문제의식이다. 벤처캐피털(VC) 및 벤처업계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상장 및 상장폐지 기준이 완화되는 등 시장 전반의 투자리스크가 확대되고 신뢰가 악화된 만큼 역할 재정립이 필요한다는 시각이다.
금융당국에서는 이번 상장시장 구조 개편 방안에 따라 각 시장 소속기업의 이동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코스피는 매출이나 이익 등 재무실적과 지배구조 등이 종합적으로 우수한 우량기업으로 한정하고 비우량기업은 코스닥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코스닥은 재무건전성보다는 성장성이 지속되는 스케일업 기업을 중심으로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초기 기술기업은 코넥스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기술특례상장 등으로 인해 크게 낮아진 상장 문턱의 혜택을 입어 시장에 진입한 기업이 주로 대상이 될 전망이다.
대신 코넥스에는 유망 기술분야별로 맞춤형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진입한 기업이 대거 포진한다. 비상장기업의 주식을 펀드 형태로 모아 일반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업성장투자기구(BDC) 역시 코넥스에 상장시켜 거래를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사실상 일정 궤도에 올라선 일부 스케일업 기업과 비우량기업이 코스닥에 남게되고 신기술 시장의 역할은 코넥스가 맡게 되는 셈이다.
이같은 상장시장 재편안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우려가 불거진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 없던 코넥스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투자자 저변 확대부터 맞춤형 상장심사기준 개편 등 손대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코스닥 상장 심사 과정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심사로 인해 혁신기업의 상장이 지연됐던 부작용은 물론 공모가 고평가에 대한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 확립은 보다 장기적인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벤처업계가 줄곧 주장하던 코스닥 시장의 별도 법인 분리·독립이 사실상 완전히 무산된 까닭이다.
이른바 스타기업이 코스피가 아닌 코스닥 시장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더 적어졌다. 코스닥이 코스피 하위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기술 중심 시장이라는 정체성을 잃게 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은 물론 우량기업의 코스피 진출을 막을 명분도 사라지게 됐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코스피에 특화된 정책 수단이 가동되는 것과는 달리 좀비기업 퇴출과 같은 규제 정책만 늘어나는 상황도 코스닥에는 악재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안정성을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는 코스피·코스닥과는 달리 초·중기 벤처기업과 중·후기 스케일업 기업의 구분을 어디에 두느냐 역시 시장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릴 영역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코넥스인 만큼 이번 대책은 원점에서 새롭게 시장을 만든다는 차원에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새 기능을 부여받는 코넥스와는 달리 이미 오랜 기간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통로를 해온 코스닥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하게 정책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