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가족기반 분석으로 자폐 유전자 18개 발굴

가족 내 편차로 변이 영향 정밀 계량
PTEN 등 11개 도메인별 임상 차이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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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왼쪽)와 안준용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교수.

분당서울대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팀이 한·미 자폐 가족 코호트 2만1735가구(7만8685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같은 유전자라도 변이가 생긴 '위치'에 따라 증상 영향이 달라지는 기전을 규명하고, 자폐 연관 신규 유전자 18개를 발굴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은 그동안 '새 발생 변이(de novo)' 중심 분석이 환자 간 임상 이질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가족 내 표준화 편차(Within-family standardized deviations)' 방법을 도입했다. 부모·형제자매의 임상 점수를 가족 단위 기준선으로 삼아 자폐인의 점수 차이를 정량화함으로써, 동일 변이라도 가족 맥락에서의 실제 영향을 더 정확히 포착했다.

핵심 결과는 두 갈래다. 첫째는 11개 유전자에서 변이 위치(도메인)에 따라 임상 영향이 유의하게 달랐다. 예를 들어 종양억제 유전자(PTEN)의 경우 일반 영역 변이보다 촉매 모티프(효소 핵심 기능 부위) 변이가 있을 때 사회성 장애 점수가 약 2배 높았다.

둘째, 기존 접근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던 자폐 연관 신규 유전자 18개를 추가로 확인했다. 이들 유전자는 단백질 변형·신호 전달·교세포(신경 보조세포) 기능 등 비신경세포 경로와 연관돼, 자폐가 여러 세포 유형과 경로가 얽힌 복합 질환임을 시사했다.

분석은 한국·미국 가족 코호트에서 엑솜(exome)·전장 유전체(whole genome) 데이터를 결합하고, 사회적 반응성 척도 등 발달·행동 지표를 함께 활용해 수행됐다. 엑솜은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 부위(전체의 1~2%)를 집중 분석해 질환 연관 변이를 효율적으로 찾고, 전장 유전체는 비부호화·희귀 변이까지 포괄해 신호를 보강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예후 예측과 맞춤형 중재 전략의 근거를 넓힐 것으로 내다봤다. 동일 유전자 변이를 지닌 환자라도 변이 좌위가 다르면 증상 스펙트럼과 중증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수치로 제시했고, 가족 맥락에서 변이 효과를 계량하는 이번 방법론은 향후 정밀의학적 분류·임상시험 설계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는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안준용 교수와 공동으로 수행됐다.

유희정 교수는 “가족 배경을 고려한 변이 영향 분석은 자폐 연구의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맞춤형 예후 예측과 정밀의학적 접근을 통해 자폐의 임상적 이질성과 발병 기전을 이해하는 데 큰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성과는 유전체 분야 국제학술지 게놈 메디신(Genome Medicine, IF 11.2) 최근호에 게재됐다.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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