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정의선 취임 5주년…美 관세·中 전기차 대응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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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취임 이후 5년간 세계 3위 완성차로 탈바꿈시키며 성과를 냈지만, 해소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

미국 관세 부담과 중국 전기차 확산 등 세계 자동차 산업이 거대한 전환기에 돌입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혁신을 통한 내실을 다져야 한다. 자율주행·로보틱스·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 신사업에서 수익성을 확보해야 숙제도 남았다.

◇車 현지화 전략…美 판매·수익성 확보해야

정 회장은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단지 공장을 짓기 위해 이곳에 온 게 아니라 뿌리를 내리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2005년 미국 앨라배마에 공장을 건립하고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면, 정 회장은 미국 판매 라인업을 고수익·전동화 차량 중심으로 개편하는 데 앞장섰다.

당장 시급한 과제는 관세다. 한국 자동차에 부과된 25% 관세를 경쟁국인 유럽과 일본과 같은 최소 15%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 아울러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HMGMA의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전동화 생산을 늘리며 현지 판매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은 현대차그룹의 최대 시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에서 역대 최대인 170만8000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전기차·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은 20.3%였다. 정 회장의 빠른 전략적 판단으로 연간 전동화 판매 비중이 처음 20%를 넘었다.

현지화 생산 안정화도 필요하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36만대)와 기아 조지아 공장(34만대)에 이어 HMGMA(50만대)를 가동, 총 120만대 현지 생산 체제를 통해 전동화 중심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야 한다. 해외 생산 확대를 반대하는 노조와의 상생에도 힘써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특유의 민첩성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 상황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대응, 2026년형 아이오닉 5 판매 가격을 1400만원 인하한 것이 대표적이다. 수익성 대신 미국 시장점유율 지키기를 선택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워즈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상반기 현대차·기아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7.6%로 테슬라(42.5%), GM(13.3%)에 이어 3위다. 현대차·기아가 2022년 2위 자리에 오른지 3년 만에 순위 하락이다.

중장기적으로 할인 등 인센티브를 통한 시장점유율 유지는 한계가 분명하다. 테슬라와 GM 등 미국 완성차는 물론 토요타 등 일본 완성차와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경쟁국과 동등한 관세 부과 및 미국 생산·판매 현지화로 차량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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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체코공장 내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배터리시스템(BSA) 공장에서 현지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中 전기차와 격돌…유럽 시장 사수

BYD, 샤오펑, 지커 등 중국 전기차의 유럽 공세는 현대차그룹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BYD는 헝가리에 공장을 건립,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기차 아토3 등을 생산하면서 현대차·기아 전기차를 압박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상반기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5.1%로 전년 동기 대비 91% 급증한 34만7135대를 판매했다.

정 회장은 최근 현대차 체코 공장을 방문한 데 이어 유럽 전기차 사업 현황을 점검하는 등 성장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을 아우르는 경쟁력 있는 전동화 신차 라인업을 늘려야 중국 등 신흥국 공세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전기차 지각 변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혁신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변함없는 노력을 더 강화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중국 전기차에 현대차·기아는 아이오닉 3와 캐스퍼 일렉트릭 등 2만~3만유로(3000만~4000만원) 안팎 보급형 전기차로 방어전에 나선다. 아울러 전동화 개발 거점으로 유럽기술연구소 역할을 제고하며 유럽에서 전기차 제조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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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이 'CES 2022'에서 현대차 로보틱스 비전을 발표하기 위해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다.

◇자율주행·로보틱스 신사업 성과는 '아직'

현대차그룹은 신사업 수익성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로드맵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시절 현대차그룹을 “자동차 50%, UAM 30%, 로보틱스 20%인 회사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2020년 취임 이후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신재원 사장을 영입해 UAM 법인 슈퍼널을 설립했다. 포티투닷, 모셔널에 투자하는 동시에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송창현 사장을 현대차그룹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포티투닷은 2028년 목표로 현대차그룹 최초의 SDV를 양산할 계획이다. 모셔널은 아이오닉 5 기반 무인 자율주행 로보택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인수한 기업들은 수년째 적자가 누적되는 등 경영 성과는 아직 부진하다.

테슬라 무인 로보택시, GM의 슈퍼 크루즈 등 글로벌 완성차가 현대차그룹보다 한 발 앞서 자율주행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는 점도 현대차그룹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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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뒤 현지 직원의 '셀피' 요청을 받고 촬영하고 있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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