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반도체 기판에 사용되는 '저열팽창 유리섬유' 부족으로 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데, 공급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혀서다. 증산도 오래 걸려 유리섬유 공급난이 첨단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1일 취재를 종합하면 저열팽창 유리섬유 공급 부족이 극심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저열팽창 유리섬유는 부르는 게 값이 됐다. 제조사가 고객별로 공급량을 할당하고 가격도 인상되고 있다.
일본 닛토보 저열팽창 유리섬유의 경우 지난 8월부터 20% 정도 올랐는데,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는 중이다.
공급이 워낙 부족하다보니 가격이 올라도 물량 확보가 급해 기판 관련 업체들은 물론 최종 고객사에 해당하는 반도체 기업까지 출장길에 오르는 등 그야말로 유리섬유 확보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일본 닛토보 제품이 사실상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라 물량이 부족하고 공급도 한정돼 있다”면서 “이에 줄을 서 받을 정도가 됐고, 이것도 모자라 업체 대표들까지 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리섬유는 기판 주재료인 CCL 구성하는 소재 중 하나다. 다발의 가는 유리 실처럼 생겨 기판의 내열성을 높이는데 사용된다.
특히 고성능 AI 반도체에서는 필수 소재가 됐다. 일반 반도체보다 열이 더 많이 발생하고, 반도체를 만들 때도 고온의 첨단 패키징 공정을 거치다보니 유리섬유는 반드시 필요하고, 더 많은 양이 필요해졌다.
여기에 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고성능 반도체를 찾는 수요가 급증하자 유리섬유 공급망에 병목현상이 발생했고, 수급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저열팽창 유리섬유를 만드는 곳은 일본 닛토보와 대만 타이완 글라스 등 몇몇 기업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닛토보가 전 세계 수요의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점유율이 높다.
닛토보 대표 유리섬유인 'T-글라스'는 2023년 AI 서버 스위치 마더보드 분야를 시작으로 주목받았고, 이듬해 AI 반도체 기판에서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두산전자, LG화학 등이 T-글라스를 받아 CCL을 만든 뒤 기판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저열팽창 유리섬유의 공급부족은 쉽게 풀리지 않고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업계 영향이 우려된다.
후발업체로 타이완 글라스가 공급망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품질이나 생산능력 확대가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닛토보의 특허 진입 장벽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밀려드는 주문에 닛토보가 증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신규 설비도 2027년 가동될 예정이다.
강사윤 인하대 특임교수(전 한국마이크로전자및패키징학회장)는 “소재 기반이 약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소재는 단기적 성과가 아닌 장기적 투자와 글로벌 고객사와의 신뢰 구축이 필수적으로 정부의 중장기적 국산 소재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