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이 인공지능(AI)을 단순히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AI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 혁신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지난 12일 성균관대학교 교수학습혁신센터와 서울대학교 학습과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AI in Higher Education: 대학의 새로운 역할과 실천 전략' 컨퍼런스에서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성균관대·서울대 교수진과 산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대학에서의 AI 활용 사례와 정책·기술적 대응 방향을 공유했다. 유지범 성균관대 총장, 구본억 교육부 인재양성지원과장, 배상훈 성균관대 디지털교육혁신원장, 김홍기 서울대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 사업단장, 송경희 성균관대 인공지능신뢰성센터장 등이 자리해 대학 현장 사례부터 산업계의 기술 시도까지 폭넓게 논의했다.
가장 큰 화두는 '지식 전달을 넘어 학습 경험 설계자로서의 교수 역할'이었다. 박준영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물리학 수업에서 AI는 표준화된 지식 전달을 대신하고, 시각화·시뮬레이션·문제 변형을 지원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며 “문제 풀이만 시킨다면 AI 시대에 대학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의 주요 내용을 AI와 함께하는 토론과 탐구로 전환해, 학생들이 AI가 만든 코드로 물리 현상을 시각화하거나 결함을 넣어 변수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생명공학 실습에서도 AI 접목이 확대됐다. 양유수 성균관대 융합생명공학과 교수는 결과 위주 분석 교육에서 벗어나 AI-생명공학 융합 이해와 AI 모델 원리 학습을 중심으로 교과목을 새롭게 설계했다.
양 교수는 “학생들이 C언어나 리눅스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코드 구현 자체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떤 AI 모델을 선택·수정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가상 실험 시뮬레이션을 통해 변수 설계와 결과 해석을 미리 훈련하며, AI의 의사결정 과정을 직접 경험한다.

조용환 서울대 학습과학연구소장은 강의 자료 개발 단계부터 챗GPT를 활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질문 제작, 예습·복습 맞춤형 키워드 연계, 브레인스토밍과 퇴고 과정 등에 AI를 접목했지만, 대화 프롬프트 제출을 의무화해 무비판적 의존을 막았다. 그는 “AI가 사고의 폭을 넓히지만, 동시에 '생각 외주화' 위험도 크다”며 학생이 AI 도움과 스스로 학습한 부분을 구분할 수 있는 수업 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술적 지원도 대학 현장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예찬 자이닉스 교육공학 박사는 강의 자료 자동 요약·퀴즈화, 실시간 자막·AI 튜터 등 교수자가 학생 질문 데이터를 분석하고 맞춤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자이닉스의 플랫폿 기능 등을 소개했다.
손해인 업스테이지 교육부문장은 해커톤·부트캠프를 통해 교사·학생이 현업 문제를 AI로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산업 수요에 맞춘 커리큘럼을 대학과 공동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교육부문장은 AI 제품 라이프 사이클을 소개하며 “다음 시대의 인재는 현장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적절한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이라고 설명했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