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는 인공지능(AI)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손에 넣고 빠르게 발전시켜 가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복잡한 문제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며,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로 새로운 지식을 정리해준다. 인간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지식의 확장과 문제해결의 데이터 최적화'를 현실로 만든 혁명이다.
그러나 AI의 데이터 분석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간은 또 다른 축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바로 몰입과 명상을 통해 인간 두뇌를 극대화하고, 직관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황농문 서울대 교수가 강조해 온 몰입 학습과 집중 훈련은 인간이 AI와 차별화되는 고유한 역량이다. 결국 이 두 가지 축, 즉 AI를 통한 데이터 기반의 문제 해결, 지식 습득과 인간 두뇌의 직관적 통찰과 문제 해결 능력을 결합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져야 할 최고의 능력 조합이다.
실제로 과학의 역사에서도 직관은 놀라운 역할을 해왔다. 상당수의 과학적 진리는 데이터와 실험으로 차근차근 쌓아 올리기 전에, 먼저 인간의 직관적 통찰로 윤곽이 잡혔다. 케플러는 천체의 운동을 오랫동안 관찰한 끝에 타원 궤도의 법칙을 정식화했지만, 그 중심에는 수학적 증명보다 먼저 떠오른 직관이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역시 방대한 계산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빛의 속도로 달린다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라는 직관적 상상 실험에서 시작되었다. 수학자 푸앵카레도 “해답은 무의식의 깊은 곳에서 직관적으로 떠올랐다”라고 고백했다. 이런 사례들은 직관이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과학적 진리의 문을 여는 강력한 열쇠임을 보여준다.
황농문 교수가 제시한 몰입 이론은 이러한 과학적 직관과 맥락을 같이한다. 몰입 상태에서는 뇌가 불필요한 잡음을 차단하고 특정 문제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기존 데이터와 경험이 무의식 속에서 새로운 조합을 이루고, 예상치 못한 순간 번뜩이는 해답이 떠오른다. 과학자들이 '한밤중 산책 중에' 혹은 '꿈속에서' 해답을 찾았다고 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몰입과 직관의 힘이 작동한 결과다. AI가 아무리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더라도, 이런 '불연속적 비약'은 인간 두뇌의 고유한 영역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두 능력의 조화로운 통합이다. AI는 지식 습득의 속도와 범위를 확장하고, 인간은 몰입과 직관을 통해 그 지식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하며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한다. AI의 분석 결과는 인간 몰입 사고의 재료가 되고, 인간의 직관은 AI가 포착하지 못한 맥락과 가설을 제시한다. 이 순환 속에서 우리는 단순히 'AI 사용자'가 아니라, AI와 함께 진화하는 창조자가 될 수 있다.
교육 또한 이 균형을 반영해야 한다. AI가 지식을 빠르게 공급해주는 시대일수록, 학교와 연구 현장은 몰입을 통한 깊은 사고와 직관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주는 훈련을 중시해야 한다.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폭넓은 자료를 탐구하는 동시에 몰입 훈련을 통해 스스로 '아하 순간'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데이터와 직관을 함께 다루는 이중 훈련이야말로 미래 인재의 핵심 조건이다.
AI의 데이터 기반 문제 해결 능력과 인간 두뇌의 직관적 통찰은 서로 보완하는 축이다. 과학의 역사가 보여주듯 직관은 진리로 가는 길을 열어왔고, AI는 그 길을 더 빠르고 넓게 확장해주는 도구가 됐다. 인간이 반드시 가져야 할 최고의 능력은 이 두 가지를 함께 활용하는 힘이며, 교육과 사회도 그 조화를 길러내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휘몰아치는 시대의 혼란에서, 직관과 AI의 두 거인 황농문과 하정우에게 거는 기대다.
김경진 전 국회의원 2016kimkj@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