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관세·무역 협상이 타결된 가운데 쌀과 쇠고기 등 우려됐던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은 협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 측이 검역절차 개선을 공식 요구하면서 향후 비관세장벽 완화 요구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31일 브리핑에서 “이번 합의에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은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이 농산물 시장을 완전히 개방했다”고 언급한 것과 달리 정부 측은 시장 추가 개방은 없었으며 검역 관련 절차 개선만 협의됐다고 선을 그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측은 협상 초기부터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우리는 FTA상 한국의 시장이 이미 99.7% 개방돼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했다”며 “특히 쇠고기는 시장점유율 1위로 이미 많이 수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측이 쇠고기 30개월 제한을 문제 삼으며 다른 나라는 모두 규제를 풀었다고 압박했지만, 우리는 2008년 광우병 시위 사진까지 보여주며 한국의 민감성을 설명했다”면서 “이해시키는 데 그런 노력이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발표한 '2025년 외국무역장벽보고서(NTE Report)'에서 한국의 검역제도(SPS)를 지목한 바 있다. 보고서에서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 신선 과일, 유전자변형농산물 등에서 과도하고 불투명한 위생검역조치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양자 간 협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검역절차 개선은 시장 개방과는 별개의 통상 기술 협의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이 문제 삼은 검역 항목에는 △쇠고기 수입조건 △과일류 냉처리·산지 제한 △GMO 승인 절차와 표시제도 등 국내 민감 품목이 포함돼 있어 비관세 장벽을 둘러싼 통상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번 협상으로 관세 인상 위험은 방어했지만 검역을 중심으로 한 제도적 압박은 앞으로도 통상 현안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여 본부장은 “이번 협상은 무난하게 마무리됐지만 앞으로도 안심하기보다는 제도 개선이나 경쟁력 강화 같은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통상환경이 트럼프 1기와도 달라졌고 앞으로도 구조적으로 압박이 계속될 수 있다는 걸 봤다”고 덧붙였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