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미 동부시간) 예정됐던 한미 '2+2 통상 협의'가 무산되면서 관세 협상에 속도를 내려던 우리 정부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우리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상무부, 에너지부, 미무역대표부(USTR) 간의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되지만, 기획재정부와 재무부 간의 논의가 미뤄지면서 일주일 남은 관세 유예 기간 내 합의까진 시간이 촉박해졌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미국 측은 메일을 통해 우리 측에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을 이유로 2+2 통상 협의 취소를 통보했다. 구체적 설명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 등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29일까지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방문에 동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8월 1일 전에는 2+2 통상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해진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빠른 시간 내 가능한 때가 언제냐'고 물어왔다”며 “일정을 최대한 빠르게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 재무장관 간 만남이 불발되면서 협상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었던 환율 의제도 논의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구 부총리와 함께 출국하는 협상단에는 기재부 외화자금과장과 통상정책과장이 동행할 예정이었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는 등 정부의 환율 개입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바 있다. 특히 원화는 엔화나 유로화보다 국제시장에서의 거래량이 적기 때문에 환율 협상에 따라 등락 폭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미국이 8월 1일 이후 상호관세 25%를 적용하더라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와 산업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당장 상호관세 25%가 부과되고 자동차 관세 25%, 철강 관세 50%가 유지되면 미국 시장에서의 우리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만 관세 협상 타결이 늦어진다면 우리 주력 산업에 치명적 영향이 불가피해 진다. 미국은 영국, 일본, 필리핀 등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했고, 유럽연합(EU), 인도, 중국과도 합의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압박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대국이) 시장개방 동의 시 관세를 인하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훨씬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농산물, 자동차 시장을 개방하며 상호관세를 10% 낮추고, 자동차 관세도 절반으로 깎는 데 성공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제언도 많다.
정부도 삼성과 SK·현대차, LG 등 주요 기업과 함께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는 방향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미국이 요구하는 디지털 무역장벽을 일부 해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쌀 등 식량 주권이 달린 농산물 시장 개방을 막고 미국이 원하는 무역적자 해소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디지털 규제 완화나 서비스 시장 개방으로 미국이 체감할 성과를 제공하면, 자동차·반도체 관세 인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