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진숙 전 충남대학교 총장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며 교육계 안팎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 후보자를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장이자 지역균형발전의 상징적 인물로 소개했지만, 초·중등 교육에 대한 이해 부족, 총장 재임 시의 갈등, 논문 표절 의혹 등이 제기되며 시민단체와 교육계 일부의 반발을 사고 있다. 야당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한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논란은 단순한 인물 검증을 넘어서, 우리 교육의 방향성과 철학을 근본적으로 되짚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누가 장관이 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장관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떤 정책을 실행할 것인가'다. 교육부 장관은 단순한 행정 책임자가 아니라, 국가 교육의 비전을 설계하고 이를 실현할 전략과 실행력을 갖춰야 할 정책 설계자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가 중등교원 자격을 가진 건축교육 전공자라는 이력은 기존 고등교육 중심의 교수 출신 인사들과는 다른 지점이다. 하지만 이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 현장에 대한 감수성과 정책 실행력이다. 교육정책은 법령이나 예산 이전에 실천 가능한 철학과 태도에서 출발한다. 정부조직법 제28조는 교육부 장관의 역할을 '인적자원 개발 정책, 유아교육부터 평생교육까지 교육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로 규정하고 있다. 그만큼 이 자리는 부처 운영자를 넘어, 교육의 전 과정을 설계하고 조정할 수 있는 리더십과 철학을 요구받는 자리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부는 이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의 일관성이 무너지고, 현장은 혼란을 겪으며 국민의 신뢰 역시 흔들리고 있다. 교육부의 '무용론'마저 제기되는 지금, 시도교육청의 독자성과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도 불분명해진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교육부 장관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구조의 위기를 바로잡고 미래 교육의 나침반을 제시할 수 있는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교육 리더는 다음과 같은 과제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교육부 및 관련 조직을 현장중심의 '일하는 조직'으로 재구성하고, 중앙과 지방 간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유보통합, 고교학점제, 중등직업교육 등 국가 단위 정책이 지역 실정에 맞게 조화롭게 작동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특히 중등직업교육은 시도교육청 이관 이후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중앙정부의 재조정 역할이 필요하다. 이는 초중등교육의 지방이양을 추진 중인 현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둘째, 미래사회에 적합한 인재육성과 표준화를 만들어내는 학교라는 장벽을 탈피하도록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학교와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평가체계를 성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표 중심의 결과 평가에서 벗어나, 자율성과 책임을 기반으로 한 장학·지원 체계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셋째,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 자치를 위한 제도였지만, 현실에서는 정치적 이념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교육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설계해야 하며, 국가교육위원회는 실질적인 정책 조정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 학교는 교육에, 지역은 복지와 돌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역할 분담과 협업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넷째, 고등교육은 지역과 산업을 연결하는 혁신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같은 양적 확대보다 질적 전환이 시급하다. 세계대학평가에서 서울대가 63위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규모보다 내실 있는 구조개혁의 시급성을 보여준다. 글로벌 대학 사례처럼 기술기관과의 협력, 온라인 혁신, MOOC 기반 복수학위, 가상 캠퍼스 등으로 대학의 국제경쟁력과 재정 자립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아울러 폐교 대학 자산의 공공 환원, 정부 재정 투입 자산의 회수 가능성을 담보하는 법적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고등교육의 공공성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과제다.
다섯째, 학령인구 감소, 학생 자살률 증가, 악성 민원 확산 등 교육을 둘러싼 환경 변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교원양성과 배치, 생활기록부 체계 개편, AI 기반 교육, 진로·직업교육 체계화, 사교육과 공교육의 균형 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학교폭력 대응 체계의 정상화, 학생자원봉사 활성화, 사립학교의 자율성 확보 역시 시급하다.
교육은 어느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공공정책이며, 미래세대를 위한 국가의 책무이다. 따라서 이번 장관 후보자 지명은 누가 되든지 단순한 인사 논란을 넘어, 지금 우리가 어떤 철학과 비전을 갖고 교육을 다시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자리만 지키는 장관이 아닌, 현장을 이해하고 통합을 이끌며 실천을 견인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교육의 미래는 단 한 사람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고 철학을 세우려는 우리 모두의 의지에 달려 있다. 교육은 곧 국가이며, 지금 우리는 그 국가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중이다.
현수 직업교육정책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