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4년 국가기간전산망사업이 시작됐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전산망에 쓰일 컴퓨터가 필요했다. 행정전산망 사업 담당이었던 데이콤은 외국에서 기술을 도입해 컴퓨터(주전산기) 상용화 계획을 추진했다. 당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32비트 유닉스 컴퓨터를 개발·상용화에 성공한 상태라, 외국으로부터 기술 도입과 독자 개발 방안이 서로 맞섰다.
1986년 말 정보통신부는 행정전산망 주전산기 기술 도입과 독자 개발 방안을 모두 ETRI가 맡아 수행하는 지침을 내렸다. ETRI가 행정전산망용 주전산기 개발 계획을 수립하게 된 배경이다. 동시에 기술 도입도 병행됐는데, 외국 기술에 기반을 둔 주전산기I을 우선 행정전산망에 쓰고, 독자 기술로 주전산기II를 1991년까지 개발한다는 목표였다. 주전산기I는 미국 톨러런트로부터 기술을 들여와 국산화했다.
주전산기II 사업은 1987년 6월부터 4년에 걸쳐 이뤄졌다. 연인원 714명과 총 228억원이 투입됐다. 개발이 완료된 1991년 7월 15일은 우리나라 국가기간전산망 핵심 인프라를 우리 기술로 구현하게 된 순간이었다.
민관 협력도 주전산기II 개발 사업 특징이다. 기존 한국형전전자교환기(TDX)나 4메가 D램 개발 등 대형 국책 사업은 정부가 연구비를 전액 부담했다. 주전산기II는 기업체가 예산 70%를 투입했고, 개발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삼성전자·금성사(LG전자)·대우통신·현대전자 등이 참여했다.
'타이컴(TICOM)'이라는 이름의 주전산기 II는 오늘날 우리나라 전자정부를 실현하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