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는 물론 전기선박, 도심항공교통(UAM), 로봇 등이 전동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 상황에서 그 누구도 쓰지 못했던 전기차 대중화의 역사를 대한민국이 쓰고 있다. 오는 7월 9일부터 12일까지 제주 신화월드에서 개최되는 '제12회 국제 e-모빌리티엑스포'가 바로 그 역사의 장이다.
특히 올해는 이희범 부영그룹 회장이 엑스포를 미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팔 걷고 나섰다. 이 회장은 엑스포를 다보스 포럼이나 CES만큼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로 올해 처음 상임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이 회장은 지난 2018년 당시 난항이던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를 맡아 대회를 성황리로 이끌기도 했다.
이 회장은 “올해 전 세계 50개국에서 참가하는 국제 행사는 APEC과 국제 e-모빌리티엑스포가 유일하다”며 “특히 국제 e-모빌리티엑스포는 국내 산업계에 하나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모빌리티 엑스포를 이끌게 된 배경은.
▲1860년대에 소위 내연기관 엔진 기반의 자동차가 탄생했다. 당시 영국 귀족들은 마차를 타고 다녔는데 자동차가 걸리적거렸다. 그래서 만든 게 '빅토리아 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자동차가 다닐 때는 반드시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한 명 타야 했다. 그리고 운전수 외에 조수도 한 명 있어야 했다. 시내에서 자동차는 시속 3.2km 이상으로는 달리지 못했다. 마차 속도에 맞춘 것이다.
결국 영국에서는 이러한 규제와 인식 때문에 자동차 산업이 성장할 수 없었다. 자동차 산업은 독일로 갔다가 미국으로 건너갔다. 규제가 산업을 망친 대표적 사례다.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그로부터 140년을 달렸다. 그러다 하이브리드로 갔다가 이제는 전기차로 전환되는 추세다. 그런데 아직도 사람들이 관성에 젖어 기존의 것을 못 버린다. 내연기관과 가솔린차를 못 버리는 것이다. 그 관성을 깨버릴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제주 행사가 갖는 의미는.
▲제주도를 완전한 에코아일랜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과 자동차가 e-모빌리티로 가야 한다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미 제주도는 에코아일랜드라고 해서 도 내 화력 발전소가 없다. 목포에서 연결된 해저 케이블 3개 라인으로 제주도에 전기를 공급한다. 사실 비싼 원가를 가지지만 요금은 똑같이 받는다는 것, 제주도민의 굉장한 프라이드이기도 하다. 엑스포는 제주도를 더 나은 에코아일랜드로 만드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
또 다른 의미는 행사명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동안 '전기차 엑스포'로 명명했다가 작년부터 국제e-모빌리티 엑스포로 행사명을 바꿨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e-모빌로 간다는 의미다. 선박은 물론 UAM, 드론도 e-모빌로 간다. 전체적으로 가솔린엔진을 쓰지 않는 e-모빌로 가고 있다. 제주도에서 진행하는 이 행사는 e-모빌에 관한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모든 움직이는 것은 e-모빌리티로 전환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e-모빌리티 종주국은 중국으로 보여 진다. 중국은 전기차부터 시작해 엄청나게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지금 세계 전기차 시장에 70%를 중국이 차지한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국내외 기관과 업계의 반응은.
▲국내외 반응이 약간 상반된다. 지리적으로 제주도에서 한다고 하니까 우리 중앙정부에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기존에도 해양수산부만 직접 찾아오고 타 부처에서는 관심이 적었다. 기업들도 반신반의하는 표정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반응이 긍정적이다. 무려 50개국에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해 왔다.
지난해 2025년 4월로 행사 날짜를 잡았다가 정국 불안으로 일정을 연기했다. 오는 7월로 행사를 미뤘음에도 해외에서 계속 오겠다는 것은 이 행사와 조직위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 쌓였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해외에서는 행사 신뢰도가 쌓였는데 국내에서는아직도 반신반의하는 형국이다.
올해부터는 내가 전면에 나서 정부에 알리고 행사를 국제적으로 키우려 한다. 언론을 비롯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홍보도 진행하려고 한다.
-우리나라 e-모빌리티 관련 산업이 더딘 이유는.
▲e-모빌리티나 로봇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그 주무 부처가 해박한 지식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특히 정부 최고 수장이 해박한 지식과 집념을 가져야 된다. 최고 수장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지속적 육성 정책을 펼 수가 없다. 최고 수장 가운데 로봇이나 e-모빌리티를 육성하자고 나선 사람은 거의 없다.
내 기억으로 노무현 대통령 때 신재생에너지와 e-모빌리티 관련 회의를 여러 번 한 적 있다. 그때 이후로는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바로 이것이며 가야 할 길을 가겠다는데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한다면 직무를 소홀히 한 것이다.
이슈인 AI만 하더라도 지금은 중국이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우리는 AI에 대해서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챗gpt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정책을 하고 있는지, 정부가 어떻게 인력을 양성하고 어떻게 힘을 쏟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비즈니스 네트워킹의 장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 동안 e-모빌리티 엑스포가 제주도에 국한된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전국적 이슈가 됐다. 관련해 참고 할 만한 사례가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다보스포럼이다. 다보스포럼은 1970년대에 유럽경제포럼으로 출발했다. 출범 이후 10년 정도를 유럽경제포럼으로 운영했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진 못했다. 그래서 운영진은 1984년도에 다보스포럼이라고 명칭을 바꾸고 미국을 끌어들였다. 미국이 참여하니까 미국 업체들이 오고 본격적으로 행사가 커지게 된 것이다. 다보스 포럼이 지금 유일한 포럼으로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지도자의 경영 아이디어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e-모빌리티 엑스포를 비즈니스 네트워킹 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이런 취지다. 다보스포럼은 비즈니스 장이다. 다보스포럼은 강의를 들으러 가기보다는 누군가 비즈니스 측면에서 중요한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70개국 비즈니스맨들이 제주도까지 올 때는 뭔가 목적을 가지고 온다. 그렇게 모인 바이어와 셀러를 연결해 주는 것만으로도 엑스포는 소기의 성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다고 믿는다. 다보스포럼처럼 오피니언 리더들이 만날 수 있는 핑계를 만들어 제공하자는 취지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우리가 왜 이대로 중국에 반도체와 전기차를 내줘야 하나. 이런 질문을 던질 때라고 본다. 지난 2005년 부산에서 APEC을 진행했다. APEC 정상회의를 할 때 내가 장관직에 있었다. APEC 정상회의를 할 때 우리도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 로봇을 내놨다. KAIST에 자금을 지원해 '알버트 휴보'라는 로봇을 개발했다. 행사 때 알버트 휴보는 아인슈타인 얼굴로 미국 부시 대통령을 맞이했다. 휴보가 영어로 “부시 대통령님 환영합니다”라고 말하자 부시 대통령이 깜짝 놀라면서 악수하는 모습이 전 세계 타전됐다. 그런 뒤 20년 지났는데 과연 우리는 뭘 했는가. 로봇 시장은 중국 다 내어줬다. 물론 중국은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면서도 한국에 주도권을 내어준 반도체 시장을 뼈 아파한다.
우리는 지금 반도체 시장에 안주하며 전기차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르는 것 같다. 중국이 전기차 분야에서는 앞장서지만 이를 아우르는 국제적 e-모빌리티 전시회 같은 건 별로 없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이 분야의 인프라를 깔아왔다고 본다. 우리 정부나 기업이 e-모빌리티를 가지고 다시 결집한다면 새로운 산업을 선도할 수 있다고 본다.


◇제12회 국제e-모빌리티엑스포
=목적 : 글로벌 리더들이 참여하는 'e-모빌리티의 다보스 포럼' 구축
=일시 : 2025년 7월 9일(수) ~ 7월 12일(토), 4일간
=장소 : 제주신화월드
=주최 : 사단법인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세계EV협의회
=주관 : 제12회 국제e-모빌리티엑스포 조직위원회
=후원 : 제주특별자치도,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규모 : 50개국, 연인원 5만명
=주요 프로그램
-전시회 : 비즈니스 네트워킹 전시회 150개사, 250부스
-B2B비즈니스 상담회 : 글로벌 바이어 초청를 통한 50개사, 100건 일대일 상담 진행
-글로벌 콘퍼런스 : 글로벌 e-모빌리티 콘퍼런스 50개 세션
=동시 개최행사
-제3회 국제친환경선박엑스포
-세계e-Mobility협의회 제10차 총회 및 포럼
-제4회 세계ESG포럼
-제4회 국제대학생EV자율주행 경진대회
-제2회 전국 AI 드론 경진대회
윤대원 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