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인공지능(AI) 중심 전략을 발표하며, 'AI 네이티브' 기업으로의 정체성 전환을 공식화했다. AI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해 이용자 경험을 혁신하고 기업간거래(B2B) AI 및 클라우드 사업 주도권을 잡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0일(현지시간) 구글은 미국 마운틴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자사 최신 AI 기능에 대해 공개하고 AI 중심 서비스 재편을 소개했다.
구글은 '제미나이(Gemini) 2.5 프로'를 공개했다. 기존 제미나이 2.0에 비해 텍스트·이미지·오디오 등 다양한 입력을 정밀하게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 기능이 강화됐다. 최대 200만 토큰 컨텍스트 길이를 기억하고 처리할 수 있다. 기존 버전의 2배로 확장된 수준이다. 플래시 버전은 경량화와 빠른 응답 속도, 비용 효율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전 버전보다 20~30% 적은 토큰을 사용한다.
복잡한 문제를 단계별로 분해하고, 논리적 추론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등 인간과 유사한 사고 흐름을 구현하는 '딥 싱크(Deep Think)' 기능도 소개했다. 수학, 코딩, 멀티모달 문제에서 특히 뛰어난 성능을 보이며 미국수학올림피아드(USAMO)와 라이브코드벤치 등에서 최고 수준의 점수를 기록했다.
구글은 제미나이 모델을 기반으로 발전된 검색 환경 또한 선보였다. 지난해 도입한 'AI 오버뷰'를 'AI 모드'로 확대했다. 일방향 검색이 아닌 대화형 방식으로 검색이 가능하다. 추가 질문이나 조건을 연속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 AI 오버뷰가 기존 검색에 AI 요약이 붙는 기능을 추가한 수준이라면, AI 모드는 검색이라는 경험 자체를 완전히 AI 중심 인터페이스로 재설계한 것이다.
이 외에도 스마트폰 카메라 기반의 실시간 검색 기능인 '서치 라이브', 티켓 예매와 레스토랑 예약 등을 AI가 처리해주는 '프로젝트 마리너' 또한 접목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책임자는 키노트에서 “AI의 미래는 멀티모달, 실시간, 개인화”라며 “모든 사람을 위한 개인 AI 비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구글의 전략에 대해 IT 업계는 구글이 B2B 사업의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구글은 자사 클라우드(GCP), 워크스페이스 기반의 업무용 서비스, 그리고 제미나이와 같은 자체 AI 모델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실제 업무 환경에 바로 적용 가능한 기능들을 빠르게 내재화하고 있어, 기업 고객에게 '통합형 AI 업무 생태계'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오픈AI와 제휴해 모델을 활용하는 MS나, 다양한 외부 모델을 탑재해 서비스하는 AWS와는 차별화된다. 다만 기업고객간거래(B2C) AI 사업 부문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제미나이 모델의 성능은 오픈AI의 GPT를 압도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이용자는 상황과 용도에 따라 다양한 모델을 섞어 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모델 자체보다 상황에 맞게 선택하기 때문에 제미나이도 구글 서비스와의 통합성, 사용 경험, 가격 등 복합적인 요소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AI, 클라우드, SaaS까지 아우르는 통합형 포트폴리오를 통해 단순한 모델 경쟁을 넘어 일하는 방식 전체를 바꾸는 흐름을 만들고 있다”며 “기업이 어떤 생태계에서 일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구글은 종합적 전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플레이어이기에 B2B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