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3만명이 넘는 고객이 SK텔레콤을 떠나 경쟁사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달과 비교해 2배 많은 규모다. 순감 규모는 전월보다 9배가량 증가한 11만명에 달했다.
SK텔레콤이 해킹 공격 사실을 공식 발표한 시점이 지난달 22일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열흘도 안되는 기간 동안 가입자 엑소더스(대탈출)가 나타난 것이다. 국회에서 요구하는 계약 해지 위약금 면제가 현실화될 경우 가입자 이탈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번호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SK텔레콤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겨간 고객은 23만6901명으로 전월보다 87.7% 늘었다. KT로 9만5953명, LG유플러스로 8만6005명, 알뜰폰으로 5만5043명이 빠져나갔다.
가입자 이탈도 많았지만 동시에 다른 통신사에서 유입된 고객도 늘었다. 지난달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한 고객은 12만2671명으로 올해 최대 규모였다. 이는 SK텔레콤이 점유율 방어를 위해 갤럭시S25, 아이폰16 등 최신 단말을 대상으로 대량의 보조금을 푼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이탈이 확대되면서 지난달 SK텔레콤의 번호이동 순감 규모는 11만4230명에 달했다. 3월에 순감 수가 1만3562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무려 9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평소 SK텔레콤의 월간 번호이동 순감은 1만~2만명 수준으로 10만명을 넘은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고객 수요가 많았다면 지난달에는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로 옮기는 경우가 더 많았다”면서 “이는 저렴한 요금을 찾아 이동한게 아닌 해킹 사태로 불안감이 커진 고객이 같은 이동통신사(MNO)로 대피한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짚었다.
문제는 이번 달부터다. 지난달에는 불과 열흘 정도만 통계에 반영됐다면 5월부터는 오롯이 영향을 미친다. 다행히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이 빠르게 늘고 있고 SK텔레콤도 상반기 내에 유심 1000만개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명확한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에 대한 조사가 장기화될 경우 불안감을 느낀 가입자 이탈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른 통신사로 옮겨가기를 원하는 고객을 위해 해지 위약금을 면제하라는 국회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SK텔레콤은 사면초가에 놓였다. 고객 대부분이 2년 약정으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위약금마저 면제될 경우 고객 이탈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8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청문회 증인으로 불러 해지 위약금 면제를 촉구할 예정이다.
전날 열린 방송통신분야 청문회에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법률적 검토를 해서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위약금 폐지 쪽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법무법인 3곳에 귀책사유시 위약금 면제를 규정한 SK텔레콤 이용약관에 대한 법률 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