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글리어스는 '못난이 농산물'을 구출하는 일에서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바꾸고자 하는 것은 '식품이 팔릴 자격'을 겉모양으로 판단해온 유통 구조와 소비 문화 변화입니다.”
캐비지는 지난 2021년 설립된 농산물 온라인 유통 기업이다. 시장 기준에 미달한 못난이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정기 배송하는 '어글리어스'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최근 인기 TV 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 서비스가 노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기준 가입자 수는 50만명, 매출은 126억원을 돌파했다.
최현주 캐비지 대표는 매년 500만톤(t)씩 버려지는 식품 낭비라는 구조적 문제에 주목했다. 유통 과정 곳곳에서 일어나는 식품 폐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업을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유통·서비스 만큼이나 중요시 여긴 것은 콘텐츠 제공”이라며 “식품 폐기 문제를 깊이 있기 조명해왔고 특히 생산 단계에서부터 버려지는 농산물의 현실을 꾸준히 전해왔다”고 말했다.
못난이 농산물을 자체 판매하는 사례는 많지만 대규모로 이뤄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품질에 대한 신뢰, 비교적 큰 판매 단위 등이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소비자 공감을 이끌어내는 브랜드 설계, 소포장 기반의 일상형 서비스를 결합한 결과 충성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어글리어스 재구매율은 88%에 달한다.
최 대표는 “선입견을 넘어서는 설득력 있는 정보와 신뢰, 편리한 이용 구조, 이를 뒷받침하는 브랜드 경험이 함께 작동해야 수요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농가가 혼자 감당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어글리어스와 협업 중인 농가는 전국 500여곳에 이른다. '정기적으로 못난이 농산물을 사겠다'는 제안에 반신반의하는 농가가 많았지만 꾸준한 설득으로 신뢰를 쌓았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물량을 실제로 매입해드리는 과정에서 신뢰가 쌓였다“며 “농가가 폐기 걱정 없이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믿음직한 파트너'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어글리어스가 바라는 궁극적인 변화는 식품 유통 전반에 깔린 낭비 구조의 해소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건강한 밸류체인 속에서 연결되고 식품 시스템이 환경에 가하는 부담도 줄여나가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최 대표는 “유통 시장은 '예쁘게 자라고 예쁘게 진열돼야 팔린다'는 룰에 따라 움직여왔다”며 “어글리어스는 룰을 깨고 모양과 상관없이 식재료 본연의 가치로 소비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가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향후 기업소비자간거래(B2C)를 넘어 기업간거래(B2B) 영역으로의 확장도 검토 중이다. 더 큰 규모의 폐기 절감을 실현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B2C 구독이 가치 소비의 상징이라면 B2B 파트너십은 식품 유통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바꾸기 위한 전략”이라며 “내년에는 이 방향의 확장을 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