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먼저” vs “물건 먼저” 홈플러스 싸움에 멍드는 영세업자·농가

Photo Image
홈플러스 강서 본사 전경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 신청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협력사 신뢰 회복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금 지급이 우선이라는 협력사와 물건을 공급해야 회생할 수 있다는 홈플러스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영세 2차 협력사와 농가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양상이다.

홈플러스는 7일 입장문을 내고 “영세업자로 구성된 2차 협력사와 농축산 농가의 부수적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일부 대기업 협력사와 관련 이해단체 협력·도움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 농축산단체 22개로 구성된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성명문을 내고 “홈플러스 대금 정산이 지연되면서 농축산업계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부 유가공 조합·업체의 경우 홈플러스로부터 작게는 40억원, 크게는 100억원의 납품 대금을 정산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는 최근 홈플러스 물품 채권 한도를 축소했다.

같은 맥락으로 유업계 1위 업체 서울우유도 지난달 20일부터 약 2주 째 납품을 중단하고 있다. 서울우유가 물품 대금을 현금으로 선납해야만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 홈플러스 측 설명이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간담회를 통해 '영세업자·소상공인 물품 대금부터 지급한 후 대기업은 6월부터 분할 변제하겠다' 밝힌 바 있다”며 “모든 협력사에 구체적인 상환 일정을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일부 협력사가 △회생채권 전액 즉각 변제 △물품 대금 현급 선납 조건을 요구하며 상품 공급을 중단했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는 일부 대기업과 주요 이해 단체를 작심 비판했다. 정상화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자신의 몫만 우선 챙기려는 '비 오는 날 우산 뺏기'식 요구로 인해 2차 협력사와 농가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기습적 회생신청으로 사태를 자초한 홈플러스가 오히려 납품 기업들을 강도높게 비판하는 형국이다.

협력사 측에서도 난감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성명문을 통해 “신선식품인 농·축산물은 저장성이 짧아 출하를 조절할 수 없고 새 판로를 찾기도 어렵다“며 ”홈플러스와 거래를 중단할 경우 대금정산 지연, 사태 정상화 후 불이익을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식' 납품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고 강조했다.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착 상태를 타개할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사재 출연 계획이 금주 중 발표될 지 이목이 쏠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홈플러스와 김 회장에게 오는 10일까지 사재출연 계획을 포함한 구체적인 재원마련 방안을 제시하라고 최후 통첩한 상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기업과 이해단체들이 함께 힘을 모아 조기에 정상화하는 것만이 대기업 협력사와 2차협력사, 농축산 농가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한국농축산연합회가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