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의 플랫폼법과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 규정, 국외 데이터 이전 조항도 무역장벽으로 규정했다.
USTR는 우리나라의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31일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한국의 위치 기반 데이터와 데이터 역외 이전 조항, 플랫폼법을 문제 삼았다.
USTR는 우선 최근 구글의 고정밀지도 해외반출 요청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위치 기반 데이터 규제에 대해 지적했다.
USTR는 구체적으로 “한국의 위치 기반 데이터 수출 제한으로 인해 해외 공급업체가 한국 외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이러한 데이터를 통합하려는 경우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면서 “한국은 위치 기반 데이터 수출에 대한 이러한 제한을 유지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주요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축척 1대5000의 고정밀지도 반출을 안보상 이유로 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고정밀지도 해외지도 반출을 승인한 사례가 없으며, 지난 2월 구글이 9년 만에 축척 1대5000의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을 요청하면서 논란으로 떠올랐다. 애플(2023년), 가민(2018년) 등 미국의 다른 기업들 또한 우리 정부에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을 신청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데이터 역외 규정도 문제삼았다. USTR는 개인정보위원회가 지난 3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한 것과 관련해 “이번 개정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서비스 제공업체에 국내 매출이 아닌 글로벌 매출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개인정보 국외 이전 중단을 명령할 수 있는 새 권한을 부여받았다”면서 “데이터 저장 및 처리에 의존하는 기반 서비스의 국외 제공에 장애가 된다”고 밝혔다. 개보위의 개정시행령에 따라 데이터를 이전하는 경우 등 제한된 사항에 대해서만 개인정보 이전이 가능한 데 대해 미국 기업에 걸림돌이 된다고 본 것이다.
USTR는 최근 몇 년간 국회, 정부에서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도 정면 겨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가 준비중인 온라인 플랫폼 법이 시행될 경우 한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미국 빅테크가 적용 대상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사전 금지 및 의무 조항 관련, 미국 기업들은 한국 정부가 신중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는 점도 명시했다.
학계는 이 같은 리포트가 단순 기업의 민원 모음집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정부가 상호관세를 통해 미국에 불리한 무역 구조를 바로잡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무겁게 봐야한다는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기업 민원을 듣고 전한 것 자체로는 새로울 게 없으나 문제는 트럼프 정부가 상호관세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실제 우리가 온라인 플랫폼법 등 조치를 시행하면 다른 보복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향후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규제가 점차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이 규제를 시작하면 다른 나라에서도 도미노처럼 규제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 같다”면서 “현재 트럼프 정부에 대한 지지율도 높아지고 있어 점점 해외 플랫폼 규제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