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가 고성이 오가는 첨예한 갈등 속에 진행됐다. 영풍의 의결권은 제한한 고려아연 측의 이사수 상한, 신규 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이 가결되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고려아연은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제 51기 정기주총을 개최했다. 이날 정기주총에서 이사 수 상한 제한(19인), 신규 이사 선임 등이 안건으로 상정돼 있어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으로 평가받았다.
중요한 의미를 지닌 정기주총인만큼 이른 시간부터 많은 주주들이 주총장으로 모였다. 고려아연 노조도 주총장 앞에서 영풍·MBK파트너스 규탄 피켓을 들었다. 홈플러스 노조 역시 고려아연 주총장 앞에서 'MBK는 기업사냥 중단하고, 홈플러스 사태 책임져라'는 현수막을 들고 기습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MBK를 비판했다.
주총장에서는 고려아연과 영풍·MBK가 개회 지연을 두고 공방을 펼쳤다. 계획대로라면 오전 9시에 정기주총이 시작돼야 했지만 2시간 30분가량 지연된 이후 개회됐다.
고려아연 측은 “상대(영풍)가 제출한 엑셀 데이터가 원본 데이터와 달라 검사인 참관 하에 확인하는 과정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며 해당 상황이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시간이 길어졌다”고 밝혔다.
반면 영풍·MBK는 “오전 4시부터 1대 주주(영풍·MBK)와 2대 주주(최윤범 회장 측)간 대리인들이 9시 개회를 위해 사전 준비하고자 했으나 고려아연 측 대리인 미참 및 각종 핑계로 지연됐다”며 “영풍정밀 등 내부자로부터 페이퍼컴퍼니인 썬메탈홀딩스(SMH)로 주식을 양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벌고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기주총이 시작되자마자 양측은 영풍의 의결권 제한을 두고 격돌했다. 영풍은 지난 27일 열린 정기주총에서 1주당 0.04주의 주식 배당을 결의했다. 이를 통해 주식 수가 더 늘나 고려아연 호주 자회사 SMH의 영풍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감소해 '고려아연-SMH-영풍'의 상호주 관계가 성립하지 않아 25.42%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MH가 28일 영풍 지분 1350주를 매수하며 새로운 상호주가 형성됐고 고려아연이 이를 근거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영풍 측은 위법적인 의결권 제한이라면서 SMH의 영풍 주식 취득 및 통지 시점 등을 문제삼았다. 고려아연 측은 오전 8시 54분에 잔고 증명서를 발급했고 영풍 측에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고 대응했다.
영풍의 의결권 제한을 두고 양측 주주들간 공방도 펼쳐졌다. 영풍 측을 지지하는 주주들은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면서 반발했고 고려아연을 지지하는 주주들은 빨리 의결하자는 입장을 피력했다. 양측 주주들이 발언하는 과정에서 고성까지 오가며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다소 격양된 상황에서 각 의안에 대한 의결이 진행됐고 이사 상한 제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 등 고려아연 측 주요 의안들이 가결됐다.
이날 안건에 따라 이사수 상한 안건 가결되면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8인을 선임했다. 8명 중 최 회장 측의 박기덕, 권순범, 김보영, 제임스 앤드류 머피, 정다미 후보 등 5명이 모두 이사로 선임됐다. 이를 통해 최 회장 측 이사는 11명이 돼 이사회 과반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한편 영풍·MBK 측 강성두, 김광일 후보도 이사로 선임됐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