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 연구팀이 정상 세포를 해치지 않고 암세포만을 제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포스텍은 김원종 화학과·융합대학원 교수팀이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 고분자와 물을 좋아하는 '친수성' 고분자를 결합해 물속에서 작은 공 모양의 '마이셀(micelle)'을 형성하는 나노입자를 개발했다.
표적 단백질 분해(TPD) 전략과 나노기술을 결합해 개발한 이 나노입자는 혈액 속에서 안정적으로 순환하며, 종양세포 주변 특정 환경에서만 활성화되도록 설계됐다.

기존 항암제는 종양세포에 필요한 특정 단백질의 활성을 일시적으로 억제해 암을 약화하거나 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그러나 이 방법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암세포가 내성을 키우거나 다른 경로를 통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TPD' 기술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접근법이다. 암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기존 단백질 분해제는 심각한 제약이 있었다. 물에 잘 녹지 않아 체내 효과가 제한적이었고, 혈액에서 빠르게 배출되었다. 특히 암세포만 정확히 타격하는 능력이 부족해 정상 세포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입자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두 가지 경로를 동시에 활용한다. '프로테아좀(Proteasome)'은 세포 속 단백질을 잘게 쪼개 분해하고, '오토파지(Autophagy)'는 세포가 스스로 불필요한 구성 요소를 없애고 재활용하는 과정이다. 이번 나노입자는 이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해 암세포의 핵심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전립선암 동물 모델로 실험한 결과는 만족스러운 결과도 얻었다. 나노입자는 암세포에 효과적으로 모여 표적 단백질을 분해함으로써 강력한 항암 효과를 보였으며, 정상 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아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김원종 교수는 “표적 단백질에 결합하는 부분만 바꾸면 전립선암을 포함한 다양한 암과 질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라며, “이는 환자 맞춤형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리더연구자지원사업, 미래유망융합기술 파이오니어사업, 선도연구센터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ACS 나노(ACS Nano)' 온라인판 3월호의 부표지(supplementary cover)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