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1000배' 맹독, 암컷에 쏘는 수컷 문어 왜?

“짝짓기 중 암컷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테트로도톡신, 같은 맹독문어엔 '진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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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선문어. 사진=퀸즐랜드 연구팀

인간을 심하면 단 10분 안에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신경독 '테트로도톡신'. 파란선문어 수컷은 짝짓기 중 암컷에게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이 맹독을 암컷에게 주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미국 CNN·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 연구팀은 수컷 파란선문어(blue-lined octopus; 학명 Hapalochlaena fasciata)가 짝짓기 중 암컷으로부터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한 결과를 지난 1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게재했다.


문어는 수컷이 생식기 역할을 하는 팔 '교접완'(交接腕)을 암컷 생식기에 집어넣고, 정자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파란선문어 역시 교접완을 사용해서 교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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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선문어. 사진=퀸즐랜드 연구팀

오징어, 문어 같은 두족류는 보통 암컷이 수컷보다 몸집이 크고, 알을 낳은 후 먹이를 먹지 않고 알을 돌보기 위해서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경우가 흔하다. 파란선문어도 암컷이 수컷보다 2~5배 정도 크고 알을 낳은 뒤 6주간 먹이를 먹지 않는다.

때문에 두족류의 교접완은 다른 다리보다 길고, 수컷들은 이 교접완을 희생시켜 겨우 살거나 암컷에게 잡아 먹히면서 생을 마친다.

하지만 파란선문어는 희생시키기에는 짧은 교접완을 가졌다. 다른 다리와 별 차이가 없는 길이다. 이 때문에 자신이 살기 위한 새로운 교미 전략을 세웠다. 바로 '독'이다.

파란선문어는 맹독성 문어로 '테트로도톡신'이라는 치명적인 신경독을 가지고 있다. 복어독으로도 잘 알려진 성분으로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1000배 정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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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선문어.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퀸즐랜드 연구진이 40~75분간 짝짓기 하는 파란선문어를 관찰한 결과, 수컷 문어는 암컷의 뒤로 다가가 특정 부위를 물어 대동맥에 테트로도톡신을 주입했다.

그러자 암컷 문어는 8분 후 호흡을 멈추고 동공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상태는 1시간가량 이어졌으며, 수컷은 그 동안 교미했다. 암컷이 팔을 잡고 수컷을 밀어내면서 짝짓기가 끝났다. 이후에도 몸이 곧바로 회복되지 않아 수컷을 잡아먹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방법으로 수컷 문어는 잡아먹히지 않고 무사했으며, 암컷 역시 독에 내성이 있어서 다음날부터는 정상적으로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였다.

MRI로 스캔한 결과 수컷이 몸집은 더 작아도 암컷보다 더 큰 독샘을 가지고 있었다.

논문 제1 저자인 청웬성 박사는 “파란선문어는 매우 이상한 짝짓기 행동을 했다”면서 “일종의 생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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