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빵,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에 이어 햄버거까지 식품업계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난해 말부터 지속된 고환율과 원부자재 가격 인상 영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정 공백 상황에 정부의 물가 관리가 느슨해지자 눈치를 보던 기업들이 속속 인상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는 오는 20일부터 일부 메뉴 가격을 인상한다. 이번 가격 조정은 20개 메뉴 대상이다. 전체 평균 인상률은 약 2.3%다. 인상 폭은 최소 100원에서 최대 300원이다. 맥도날드의 가격 인상은 지난해 5월 16개 메뉴 가격을 100~400원 올린 이후 채 1년도 안돼 또 다시 진행됐다.
버거 단품은 불고기 버거와 치즈버거만 각각 200원 오른다. 버거 세트 메뉴 기준으로는 7종이 200~300원 인상된다. 음료·커피 메뉴에서는 드립커피만 200원 오른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제반 비용이 꾸준히 인상되는 가운데 고객에게 전가되는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지속적인 환율 및 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부득이하게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정부는 국내 주요 식품업체와 간담회를 진행하며 가격 인상을 정부와 협의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 불안정·공급망 불안 등을 이유로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고,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마저 오르면서 먹거리 줄인상은 멈추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가공식품 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2.9% 올라 13개월 만에 최대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 물가는 3.0%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국정 공백 상황에 관리가 느슨해지자 눈치를 보던 기업들이 속속 인상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올해 들어 가격을 올린 식품 기업이 10개를 넘는다. 이달 들어서도 식품업계 가격 줄인상 움직임은 멈추지 않고 있다. 농심·CJ제일제당·동원F&B·롯데웰푸드·롯데아사히주류·빙그레 등이 이달 들어 가격 인상에 나섰다.
농심은 17일부터 신라면, 새우깡 등 17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한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 20여종과 스팸 가격을 올렸다. 동원F&B도 냉동만두 15종 가격을 인상했다. 롯데아사히주류가 취급하는 아사히 맥주 가격은 이달부터 최대 20% 올랐다. 롯데웰푸드는 지난달 과자와 아이스크림 26종의 가격을 인상했고, 빙그레도 더위사냥 등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지속되는 고환율 기조와 원재료·인건비 등의 상승 등으로 원가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한동안 가격 인상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