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12·3 비상계엄 선포가 잘못됐다면서도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와 거대 야당에 보다 당당히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국회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헌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13일 국민의힘 전략기획특별위원회가 개최한 '보수의 가치란 무엇인가' 세미나에서 “12월 3일 비상계엄 선언은 잘못됐다”면서도 “지금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인기나 지지도가 상승하는 건 계엄 이후 대체 세력이라 하는 자들의 무능과 졸속, 자만과 편 가르기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소수 여당으로서 거대 야당과 맞서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여태 국회에서 끌려다녔다. 정국을 리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을 직접 겪은 경험을 언급하며 “탄핵 재판에 당당히 임해야 한다”며 “(계엄이) 위헌인지 불법인지, 대통령 파면시킬 정도의 중대한 문제인지, 슬그머니 빠진 내란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왜 재판을 이렇게 서두르는 것인지 따져야 될 문제가 한 두 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윤석열 대통령의 실패에서부터 교훈을 찾아야 한다”며 “국회만 여소야대가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부분이 여소야대라는 사실에 대해서 등한시했다”고 지적했다.
당의 이미지 쇄신도 강조했다. 국민의힘 대표적인 이미지가 '판·검사, 부잣집, 출세주의자, 높은 사람'이라며 “(야당보다도) 더 잘할 수 있는 게 얼마든지 있다. 그걸 부각시켜야 된다”고 말했다.
정치 양극화 극복을 위한 개헌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개헌의 핵심은 대통령 권한 축소와 더불어 국회 책임성 강화”라며 “윤 대통령의 마지막 소임이 5년 단임제를 종식시키는 개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위는 이날을 시작으로 3차례 연속 세미나를 열고 당 개혁 방안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최근 대한민국의 위기는 보수의 위기이기도 하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국민의힘과 보수는 더 단단해져야 할 것”이라며 “국민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치열히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