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디지털전환은 진료를 넘어 행정, 경영 등 전 영역에 걸쳐 경쟁력을 담보할 핵심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이풍렬 삼성서울병원 디지털혁신추진단장은 병원들의 디지털전환 움직임은 생존을 위한 필수 투자라고 강조했다. 과거 IT 투자가 의료진을 위한 전산시스템 고도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경영진부터 의료진, 환자까지 병원을 구성하는 모두를 위한 '디지털혁신'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단장은 “삼성서울병원은 의사뿐 아니라 환자까지 행복한 병원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환자가 행복한 병원은 결국 고객(환자)경험의 혁신이 필요한데, 이들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선 디지털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이 이끌고 있는 디지털혁신추진단은 삼성서울병원 디지털전환 컨트롤타워다.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도 디지털혁신 선도병원으로 발돋움하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이 단장 주도로 진행한 디지털혁신 프로젝트들은 세계 최초로 미국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협회(HIMSS) 주관 평가에서 디지털의료영상(DIAM), 의무기록(EMRAM), IT인프라(INFRAM) 3개 영역에서 최고 수준인 7단계를 획득하는 결실을 맺었다.
이 단장은 “의사들의 연구지원부터 진료지원, 예약, 행정업무까지 AI 등을 이용해 디지털전환이 본격화되고 있고, 환자들도 편리함을 느끼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이러한 혁신은 비용절감 등 행정 효율은 물론 진료시간 단축에 따른 의료 서비스 질 향상 등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져 병원 수익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많은 병원이 디지털전환을 선도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우수한 의료 인재와 IT 인프라 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촉발된 의정갈등에 따른 투자위축, 데이터 규제, 신기술 도입 속도 등이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세계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포함해 AI 열풍이 뜨겁지만, 우리나라 병원은 세계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고 봤다.
이 단장은 “우리나라 병원의 디지털전환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선 생성형 AI가 세상에 나오기 전과 후로 나눠 살펴봐야 한다”면서 “과거엔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의무기록(EMR) 보급률을 자랑하며 병원 전산화를 가장 성공한 국가로 불렸지만, AI가 모든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현재는 미국, 중국 등과 비교해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 등은 자국의 우수한 AI 자원을 활용해 전 산업 영역에 디지털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AI 역량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선진국 대비 투자 규모나 인재, 시스템 등 모든 부문에서 열세다. 특히 의료 영역에선 수가 등 규제와 IT 투자여력 부족 등으로 AI 대응이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 단장은 “병원 한 곳만 디지털전환에 성공해선 의미가 적고, 결국 1, 2, 3차 병원이 디지털에 기반해 연결될 때 비로소 고객경험을 혁신하는 디지털전환이 완성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상급종합병원이 책임감을 갖고 협력병원과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하고,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