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인공지능(AI) 등 산업경쟁력 강화와 내수 회복에 초점을 맞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내세웠다. 또 대통령 및 국회 권한 분산을 골자로 하는 개헌도 주장했다. 지금의 국정 혼란 책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에 돌렸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지역화폐와 같은 정쟁의 소지가 있는 추경은 배제하고, 내수회복·취약계층 지원· AI를 비롯한 산업·통상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경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헌정사상 최초로 야당 감액안만 반영된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한 예산 복원을 전제로 했다. 그는 “우리 당은 추경예산 논의를 반대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삭감 처리한 올해 예산안을 원상 복원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주52시간제 예외를 적용한 '반도체특별법'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세계 각국은 국가적 정책 지원과 근로시간 유연화를 통해 초경쟁 체제에 돌입했다”며 “전 세계에서 반도체 연구인력이 주 52시간 근무에 발목 잡힌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2월 국회에서 반도체특별법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반도체에는 이념도 없고, 정파도 없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분권형 개헌' 추진도 촉구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면 대권을 차지하기 위한 여야의 경쟁은 사생 결단이 된다”며 “이런 권력 구조에서 정상적 국정운영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고 제왕적 의회의 권력 남용도 제한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기 및 선거구제 개편 등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 △대선·총선·지방선거 일정 통합 등을 제안했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연설 대부분을 이재명 대표 비판에 몰두했다. '민주당' 표현을 사용한 총 46차례 중 44차례가 비판적인 내용이었고, 이재명 대표도 19차례나 언급했다. 비상계엄 사태 원인을 따져야 한다며 비난의 화살을 이 대표에게 돌린 것이다. 29번의 탄핵소추안과 23번의 특검법 남발, 예산삭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권 원내대표는 “국가 위기의 유발자, 헌정질서 파괴자는 바로 민주당 이재명 세력”이라고 하자 전날 지도부의 요청으로 조용히 경청하던 야당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기 국가부채는 400조원 이상 급등했고, 기어이 국가부채 1000조원 시대를 열었다”, “(한미동맹이) 문재인 정부에서 크게 흔들렸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성과를 추켜세웠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권 원내대표의 연설에 “한마디로 여당 포기 선언문이었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상대에 대한 비난,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했다”며 “권 원내대표의 주장처럼 윤석열이 그렇게 대통령 노릇을 잘했다면 대체 왜 지금 개헌을 주장하는가”라고 꼬집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