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주요 혐의 다시 '무죄'…사실상 사법리스크 벗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로 첫 소환 조사를 받은 2016년 11월 13일 이후 3004일 만에 사법 리스크에서 사실상 벗어났다. 두 번의 구속과 두 번의 석방, 100여 차례에 걸친 검찰 출석 등 장장 9년여에 걸쳐 발목을 잡았던 사법 이슈 꼬리표를 뗐다.

검찰이 재차 항소해 대법원까지 재판이 이어지더라도 1심에 이어 2심까지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가 선고된 만큼 사실상 사법 리스크를 해소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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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합병 등 혐의와 관련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19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3일 열린 항소심에서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검찰이 제기한 주요 쟁점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파급 효과가 큰 공소사실을 추측, 시나리오, 가정에 의해 형사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유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원심과 결론은 동일하다”고 밝혔다. 검찰이 중대한 혐의로 기소했지만 정작 증거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특히 1심 당시 압수 수색 과정에서 정보를 선별하지 않아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자 검찰이 추가 제출한 새로운 증거들에 대해서도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해야 할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항소심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허위공시·부정회계 의혹에 대해 검찰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콜옵션 행사 가능성과 이에 따른 지배력의 제약 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주는 중요 사항으로 보기 어렵고 피고인들의 고의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바이오젠 콜옵션이 행사되면 로직스의 에피스 지배력을 잃는다는 사실을 주요 위험으로 공시했어야 한다고 보이지만 은폐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삼성증권이 리테일 조직을 동원해 일반 소수·소액주주의 의결권 확보 작업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기존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PB들이 조직적으로 직접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거나 합병 찬성 설득 행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삼성증권은 물산의 자문사로서 의결권 확보 행위를 지원한 것이고 물산 주주와 이해상충 관계에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거부 의사를 밝힌 물산 주주들에게 타깃 주주를 선택해서 설득하려고 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거래 공정성에 대한 투자자 신뢰나 자본시장의 공정성, 효율성이 중대하게 훼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목적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기존 판단을 유지했다.검찰은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유리한 합병비율과 시점을 결정해 추진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모직 주가가 고평가되고 물산 주가는 저평가됐다고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삼성 측이 주가 기준 합병비율에 맞출 것을 요구했다고 보기 어렵고 안진이 평가 과정에서 주가를 염두에 두고 평가했다고 해서 조작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항소심에서 검찰은 삼성의 용인 개발 계획에 대한 추가 증거를 다수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2015년 7월 삼성전자와 용인시 간 용인 개발 계획 발표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위한 허위 이벤트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부터 꾸준히 추진해온 것이 인정되고 속도가 매우 늦었다고 평가할 여지가 크다”며 “왜 갑자기 공표했냐고 할 수 있겠지만 허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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