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AI 디지털교과서, 오해 걷어내고 아이들의 미래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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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AI 디지털교과서는 그동안 교육에서 오랫동안 꿈꿔왔던 개별 맞춤교육을 실현하고 공교육의 경쟁력을 사교육에 비해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막연한 추측으로 인한 우려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서책이 없어진다는 우려인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교실에서는 서책과 AI 디지털교과서를 병행하게 된다. 교사는 서책과 AI 디지털교과서의 장점을 살려 다양하게 수업을 설계할 수 있다. 교사들은 학년과 과목, 달성하고자 하는 학습목표에 따라 서책과 AI 디지털교과서를 병행하는 방식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초등 저학년 교사일수록 AI 디지털교과서의 진단 기능을 사용한 후 서책으로 지문을 읽히겠다고 하는 반면, 중등학교 교사는 학생의 협업 능력을 길러주는 프로젝트 활동에 AI 디지털교과서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한다. 교사가 학습목표, 학생 특성 등을 고려해 그에 맞는 수업설계를 할 수 있고 이것이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의 성공열쇠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비한 교사 연수에서는 단순히 AI 디지털교과서의 기능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수업을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 주요 내용으로 다루어진다. 실제 외국의 경우도 교사의 역량에 따라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수업의 성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도구이며, 교사가 공교육 혁신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인 것이다.


AI 디지털교과서를 둘러싼 또 하나의 우려는 과도한 스마트기기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우선 학생들은 수업시간 내내 스마트기기만 사용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교사의 수업구성안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다. 또한 동영상 등을 일방적으로 시청하는 수동적 소비 방식이 아니라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며, 창의적으로 생산하는 참여 수업을 통해 지식에 기반한 다양한 역량을 길러줄 수 있다. 디지털시대에 스마트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 교사의 지도하에 스마트기기를 생산적인 활동에 활용하도록 하는 '제대로 된 사용'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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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핵심 서비스

혹자는 왜 이렇게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서두르는지 묻는다. 2016년 1월에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고, 같은 해 3월에 이세돌 기사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1승 4패로 마감한 순간을 보면서, 앞으로의 세상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로부터 벌써 9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교실에서의 이러한 변화가 결코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AI를 알고, 활용하고,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은 필수이다. 학생들은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다양한 AI 도구를 실습하며 활용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는 AI 디지털교과서가 제공하는 개별화된 맞춤형 교육만큼이나 중요한 소양인 것이다.

AI 디지털교과서는 이번 정부 들어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 '디지털교과서 상용화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농산어촌 지역이나 저소득층 학생들의 교육격차 해소와 사교육 의존도 완화, 전자책 관련 산업활성화가 목표로 제시됐다. 이러한 기조는 문재인정부에서도 이어졌다. 당시 발표한 '인공지능시대의 교육정책 방향과 핵심과제'에서 'AI 기반 교과 학습'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때 국어, 수학, 영어 관련 AI 솔루션을 확산하는 사업으로 학생 진단 및 맞춤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이 이루어졌었는데 이러한 AI 기반 교과학습이 확장된 것이 AI 디지털교과서이다.

그런데, 교과서의 지위를 갖고 있던 AI 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의 지위로 변경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작년 말 국회를 통과했다. 학교 현장이 준비가 안됐다는 지적에, 교과서의 지위를 갖되 2025년은 희망하는 학교만 자율적으로 선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안했으나 안타깝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교과서의 지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교육자료가 될 경우 앞으로는 지금과 같은 수준의 AI 디지털교과서가 개발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교과서는 개인정보보호를 두텁게 하고 있고, 단순한 문제풀이용 디지털 학습지가 아닌 개념기반 탐구학습을 지원 한다. 이처럼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을 맞춰야 검정심사를 통과해 교과서의 지위를 얻는다. 이번에 통과된 교과서는 이러한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것이다. 아울러, 교과서에 콘텐츠 사용시 사전이용 허락 절차가 면제되고 학생의 학습데이터가 공적 영역에서 관리돼 데이터 기반의 교육정책 수립에 활용될 수 있다.

반면 교육자료는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 콘텐츠의 내용이나 수준에 대해서는 학교가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비싼 저작물 사용료를 내게 돼 교과서 단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금과 같은 높은 수준의 개인정보보호와 학습데이터 관리에도 한계가 발생한다.

지금의 AI 디지털교과서는 까다로운 검정과정을 통과해 2024년 11월 교과서의 지위를 부여받았지만, 교육자료가 되면 앞으로 별도의 검정절차가 없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수준을 담보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AI 디지털교과서도 초기 단계인만큼 앞으로 계속 개선하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 디지털 문해력 교육 강화 등을 통해 스마트기기 과몰입 등 부작용 방지를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 AI 디지털교과서를 둘러싼 오해와 잘못된 정보를 걷어내고,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경제학자 출신 교육 정책 전문가로 서울대 국제경제학과와 동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위원, 교수, 교육개혁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17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교육과학문화수석 비서관, 교육과학기술부 차관과 장관을 지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돼 교육개혁을 이끌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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