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가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맞아 산업적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내 약가 인하와 공급망 강화를 중심으로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따른 국내 기업 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 부연구위원은 “중국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은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의 미국 내 활동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전반적으로 바이오시밀러 및 제네릭 의약품 수요가 강화돼 해당 분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미국 내 생산 의무 역시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아직 외국계 기업의 미국 연방 조달시장 참여는 대부분 미국 밖에서 제조된 의약품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독립적으로 미국 연방 정부 조달시장에 참가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미국 고객사와 협력 강화로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대선 공약집 역할을 했던 '아젠다 47'에는 △필수 의약품의 자국 생산 강화 △바이오 보안 강조(생물보안법 추진)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사용 촉진을 통한 약가 인하 등이 담겨 있다.
트럼프는 미국 약가가 지나치게 높으며 대형 제약회사가 미국에서 부당하게 이윤을 착취하기 때문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트럼프는 1기 시절 다소 강제적인 행정명령(MFN 규정)으로 약가를 인하하려 했다. 당시 미국 제약바이오협회는 법적 공방을 시작했고, 제약사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법원의 가처분 명령을 받으며 효력을 상실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가 시행했던 MFN 규정을 사실상 폐지했다.
트럼프는 2기에서는 1기때 추진했지만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회의론자인 로버트 F. 케네디를 보건복지부 장관에 지명한 것을 볼 때, 약가 인하 정책을 빠르게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또 중국산 바이오기술 장비와 서비스 조달 금지 등 중국 견제 정책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는 한국 기업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생산시설 구축, 현지 판매법인 운영 등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연방정부 조달 시장에서 한국 기업 활동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2022년 기준 미국 보건 지출은 4.5조 달러로 GDP의 17.3%를 차지한다. 이 중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가 전체 보건 지출의 약 40%를 담당한다. 대관 활동 등을 강화해 연방정부 조달시장을 공략해야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 변화에 대비해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거나, 현지 기업과 합작 및 인수를 통해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미국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로비 및 협력 창구도 마련해 우호적인 정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