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 오리털 대신 셔틀콕 깃털 사용”
최근 중국에서 구스·덕다운 충전재로 쓰이는 거위·오리털 가격이 가격이 급등하자 배드민턴 셔틀콕 깃털을 분쇄해 '가짜 다운패딩'을 만드는 업체들이 대거 적발됐다.
19일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중국에서 '다운 함량 90% 이상 패딩'으로 판매된 일부 제품들에서 거위털과 오리털 대신 비사(飛絲; Flying Silk)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 업체는 충전재용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중고 셔틀콕을 대량 구매했고, 깃털 부분을 분리한 뒤 분쇄해 실처럼 만들어 패딩에 채운 뒤 '다운 패딩'으로 판매했다.
중국은 지난 2022년부터 '다운'(솜털) 함량 50% 이상인 경우에만 '다운 패딩'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오리털과 거위털 가격이 매년 오르고 있어 저렴한 가격에 패딩을 생산하기 어려워지자 저렴한 셔틀콕 깃털을 다운으로 바꿔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사는 저렴한 가격에 생산이 가능하고 가늘고 질기며 복원력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셔틀콕을 만들 때 사용한 접착제가 묻어 있기 때문에 호흡기에 손상을 줄 수 있어 다운 패딩 충전재로는 적합하지 않다.
앞서 CCTV가 가금류 털 대신 비사를 사용한다고 보도한 데 이어, 현지 매체 대허바호가 심층 취재하던 과정에서 비사의 출처가 셔틀콕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전국의 배드민턴 경기장 청소 담당자 등 관련 업계 종사자나 배드민턴 애호가들이 중고 셔틀콕을 모아서 이들 업자에게 판매해 현금화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실제로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고 배드민턴 셔틀콕 대량 구매를 검색하면 수많은 판매 페이지가 나온다.
셔틀콕은 1kg당 5~15위(993~2979원)안에 판매되며 부수는 데는 0.2위안 정도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셔틀콕의 절반 정도가 깃털 무게다. 반면 오리털은 해마다 가격이 상승해 1kg당 700위안(13만 9013원) 정도다.
저렴한 가격에 생산할 수 있어 현지 업계에서는 이 방법이 오랜 시간 횡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자는 현지 매체에 “셔틀콕 재활용은 오히려 양심적인 편에 가깝다”며 “닭털이나 돼지털도 분쇄해 사용하는 것을 본 적 있다. 이 경우 추가적인 표백 과정까지 거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