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서 넘어진 노인 부축한 中 여중생에 “너희 때문…4500만원 내놔”

"너희 때문에 넘어져" 중국서 여중생들에게 소송 제기 후 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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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서 넘어진 노인을 부축한 여중생들이 수천만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사진=펑파이 신문

중국에서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노인을 도와준 여중생들이 오히려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렸다가 논란 끝에 소송이 취하된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이 일고 있다.

21일 현지 매체 펑망신문과 펑파이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푸젠성 푸톈시의 한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노인이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당시 현장을 지나던 여중생 두 명은 전기자전거를 멈춰 세운 뒤 노인을 부축하고 쓰러진 자전거를 일으켜 세워주는 등 도움을 건넸다.

그러나 이후 노인은 “여중생들이 탄 전기자전거 때문에 놀라 넘어졌다”며 이들과 보호자를 상대로 22만 위안(약 4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마주 오던 흰색 차량을 피하려 방향을 틀었고, 그 과정에서 코너길에서 나타난 전기자전거에 놀라 중심을 잃었다는 주장이다.

현지 교통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여중생들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도로교통안전법상 우측 통행 의무를 위반했고, 교차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았으며, 좌회전 과정에서 직진하던 노인에게 양보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26년간 경찰로 근무한 뒤 7년간 변호사로 활동해온 법률 전문가 천샤오둥은 “여중생들의 주행 방식과 노인의 낙상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노인의 부적절한 조작과 회피 과정에서의 실수 역시 사고 원인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여중생의 어머니는 “선의로 도움을 준 아이가 오히려 책임을 지게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로 경제적 부담이 커졌고, 딸 또한 심각한 심리적 충격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당초 오는 26일 푸톈시 청샹구 린촹법원에서 심리될 예정이었으나, 언론 보도 이후 전국적인 논란으로 확산되자 노인이 심리적 부담을 이유로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누가 쓰러진 사람을 돕겠느냐”, “선의를 처벌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일각에서는 유사 사례가 반복될 경우 사회적 무관심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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