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정치영 수소실증연구센터 박사팀이 가상 공간 활용 기술과 인공지능(AI) 학습을 활용, 수소 연료전지 핵심 소재인 카본 섬유지 미세구조를 기존보다 100배 빠른 속도로 분석하는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카본 섬유지는 수소 연료전지 스택에서 물 배출과 연료 공급을 돕는 핵심 소재다. 탄소 섬유, 바인더(접착제), 코팅제 등 물질로 구성되는데 사용중 물질 배열, 구조, 코팅 상태 등이 변화돼 연료전지 성능을 저하시킨다. 이런 이유로 카본 섬유지의 미세구조 분석은 연료전지 상태 진단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
하지만 카본 섬유지 미세구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정확한 분석결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카본 섬유지 샘플을 파손한 후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정밀 분석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기존 분석 방식 단점을 해결하고자 X선 진단과 AI 기반의 이미지 학습모델을 활용해 카본 섬유지 미세구조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개발된 기술을 활용하면 전자현미경 없이 X선 단층촬영만으로도 정밀 분석이 가능해 실시간에 가까운 상태 진단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카본 섬유지 샘플 200여 개에서 5천 장의 이미지를 추출해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학습시켰다. 이를 통해 학습된 모델은 탄소 섬유, 바인더, 코팅제 등 카본 섬유지 구성 성분의 3차원 분포와 배치를 98% 이상의 높은 정확도로 예측했다.
이를 활용하면 초기 상태의 카본 섬유지와 현재 상태의 구성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 성능 저하의 원인을 즉시 파악할 수 있다.
카본 섬유지 샘플을 파쇄하고 전자현미경을 활용하는 기존 분석 방식의 경우 최소 2시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연구진이 개발한 분석 모델을 활용하면 X선 단층촬영 장비 하나만으로도 수십 초 이내에 카본 섬유지의 열화, 손상 부위와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연구진은 개발된 모델의 데이터를 활용해 카본 섬유지의 두께, 바인더 함량 등 설계 인자가 연료전지 성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체계적으로 규명했다. 또, 최적의 설계 인자를 추출해 연료전지의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이상적인 설계안을 제시했다.
정치영 박사는 “이번 연구는 가상 공간을 활용한 분석 기술을 AI 기술과 접목해 향상시키고, 에너지 소재의 구조와 특성 간의 관계를 명확히 규명해 실질적인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이차전지, 수전해 등 관련 분야에 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어플라이드 에너지'에 10월 온라인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