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핀테크 스토리]아세안 핀테크의 높은 성장 잠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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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최근 아세안(ASEAN)의 핀테크 성장세가 빨라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3년간(2022~2024년) 아세안 6개국(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의 디지털 결제시장 성장률은 연 20.5%로 글로벌 평균(13.9%)과 한국 평균(15%)보다 5% 이상 높은 데다, 동기간 중 고금리 국면임에도 불구, 핀테크 유니콘이 5개나 탄생했다. 또한 올해 1~3분기 핀테크 투자액도 작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1%로 작년과 거의 비슷하다. 글로벌 전체의 핀테크 투자액이 작년 대비 28% 격감한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이 아세안 핀테크의 성장 잠재력을 그만큼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왜 이렇게 아세안 핀테크가 활발한가. 전문가들은 첫째 디지털·모바일에 친화적인 젊은 계층이 많다는 점을 꼽는다. 6개국의 총인구 평균 연령이 30.8세로 워낙 젊은 데다, 35세 이하 인구가 3.9억 명으로 총인구의 60% 이상이다. 둘째 금융침투율이 낮은 점도 주요 요인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은행 계좌가 없는 금융소외 계층이 2%와 15%로 낮지만,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은 그 비율이 각기 51%, 69%, 65%로 훨씬 높기 때문이다. 신용카드가 있는 인구도 싱가포르(85%), 말레이시아(43%)를 제외하곤 대부분 5~20%다. 따라서 포용금융 관점에서 가성비가 가장 좋은 핀테크 수단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의견이다.

셋째 각국의 핀테크 활성화 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6개국 모두 핀테크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채택·시행(베트남은 법안 발표)하고 있고, 핀테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효율적 결제시스템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는 싱가포르·태국·말레이시아를 연결하는 'PayNow', 'PromptPay'와 'DuitNow' 시스템을 꼽는다. 모바일 번호, 국민 신분증 번호(NRIC) 구축을 통해 '즉시 송금'을 가능케 했을 뿐만 아니라, QR코드 시스템으로 국경 간 거래(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와 은행과 전자지갑 결제의 호환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가 활발한가. 올해 투자액 기준으로 보면 디지털 결제(23%), 블록체인(21%), P2P(10%) 부문이 1~3위, 그 뒤로 디지털 뱅킹 4위, 자산 관리 5위의 순이다. 우선 디지털 결제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1.2조 달러(1,724조원, 추정)다. 시장점유율은 실시간 전자결제시스템 'PromptPay' 구축 이후 디지털 결제가 급증한 태국이 21%로 1위,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이 20%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베트남도 시장점유율은 17.9%로 다소 낮지만, QR코드 결제의 폭발적 성장으로 2018~2024년간 무려 연 471%의 초고속 성장세다. 싱가포르의 GrabPay, 인도네시아의 OVO, 태국의 TrueMoney가 대표적이다.

블록체인 부문은 통화청(MAS)의 Ubin 프로젝트로 유명한 싱가포르와 '동남아의 블록체인 허브'를 지향하고 있는 태국이 양강(兩强)이다. 싱가포르는 은행이 필요 없는 블록체인 결제·청산 시스템을 통해 국경 간 결제의 효율성 제고와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고, 태국은 블록체인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시장의 활성화가 주요 타깃이다. 특히 태국은 지난 8월 '디지털 자산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해서, 블록체인의 혁신 환경을 적극 조성하고 있고, 한국의 해시드가 투자자로 있는 블록체인 게임업체 '길드 파이(GuildFi)'도 올해 2분기에 1.4억 달러(2,012억원) 펀딩에 성공했다. 분산형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싱가포르의 Bluzelle, 인도네시아의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Indodax가 대표 업체다. 이외에 P2P도 현재 고금리와 대출 부실로 어려움이 있지만, 잠재력이 큰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향후 2030년까지 6년간 연 30% 가까운 고성장이 예상된다.

그럼 아세안 6개국의 핀테크 유니콘은 어떤 상황인가. 10년 전인 2014년만 해도 핀테크 유니콘은 3개(싱가포르 2개, 베트남 1개)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6개까지 빠르게 늘어났다. 그중 싱가포르가 6개로 1위, 뒤를 이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 각기 4개와 3개로 2, 3위, 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이 각 1개씩이다. 아세안 핀테크 유니콘의 총 가치합계는 약 277억 달러(39.8조원)로, 특히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은 인도네시아의 재생에너지 플랫폼인 OVO와 베트남의 블록체인 기업 Sky Mavis다. 2022년 기준이긴 하지만, 모두 약 30억 달러의 가치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핀테크 유니콘은 엄격하게는 토스와 한국신용데이터 2개. 2021년부터 유니콘이 된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포함한다 해도 3개다. 좀 더 적극적인 정책과 민관협력으로 하루빨리 아시아 핀테크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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