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을 규탄하는 대학생 시국선언이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시국선언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춘천교대 총학생회는 11일 오후 1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총학생회는 “민주주의 가치를 가슴에 지녀야 할 교육자의 사명감으로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겠다”며 “예비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부끄럼 없이 교육하기 위해 침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헌법이 규정한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상계염을 선포했다”면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하며,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서울교대 학생들도 학내에서 시국선언을 했다. 우지윤 서울교대 과학교육과 학생은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 필요한 시민을 만드는 교사가 될 사람으로 오늘날 시민성의 필수 요소는 실천”이라며 “이런 사회에서 글자만 가르치는 허수아비 같은 교사가 될 것이 아니라 윤 대통령의 탄핵으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예비교사가 되자”고 주장했다.
한국외대 학생들은 10일 대학 본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국회의원 책무 불이행을 규탄하는 국제 시국선언을 열었다. 학생들은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헌법 정신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명백한 내란 행위”라면서 “향후 국정 운영을 당과 정부가 책임질 것이라 발표한 것은 대통령 책무와 헌법 수호 의지를 포기한 비겁한 궁여지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와 중앙운영회는 한국어 외에도 영어, 중국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포르투갈어, 스칸디나비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18개 언어로 된 같은 내용의 시국선언을 함께 발표했다. 한국외대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 당시에도 10개 국어로 시국선언을 했다.
이외에도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전국 31개 대학 2000여 명의 대학생이 모여 '윤석열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 회의'를 발족했다. 이들은 학내·외에서 시국선언 활동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강원대, 건국대, 고려대, 단국대, 부산대, 숙명여대, 서울여대, 아주대, 연세대, 이화여대, 제주대, 홍익대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현 대학생들은 민주화 시기가 공고해진 뒤 태어난 아이들로 계엄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라며 “한국을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국가로 알고 있던 학생들이 순식간에 군대가 국회에 침투하는 비상식적 상황을 마주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MZ세대를 가장 개인주의화 된 세대라고 하지만 학기 말 가장 바쁜 시기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학생이 나와서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면서 “개인의 정치 성향을 떠나서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로 충격과 공포를 느꼈기 때문에 이 상황을 심각하게 여긴 것”이라고 짚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시위 현장에 참여하는 젊은 층, 특히 20·30대 여성의 참여가 눈에 띈다”면서 “최신 유행가에 응원봉 등 젊은 층이 시위에 많이 참여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시위 문화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3·15 부정선거, 1960년대 유신, 5·18 민주화 운동,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 항상 가장 앞에 섰던 이들은 학생”이라며 “이제 막 시작됐고, 중·고등학생까지 넘어가면서 시국선언은 앞으로 더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