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3월 수련을 시작하는 전공의인 레지던트 1년차를 모집했지만, 지원율이 8.7%에 그쳤다. 수련병원 의료공백이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의료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상반기 전공의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 314명이 지원했다고 10일 밝혔다. 모집인원 3594명 중 8.7%만 지원했다. 지원자 중 193명은 수도권 수련병원에, 121명은 비수도권 수련병원에 각각 지원했다. 서울 빅5 대형병원 지원자는 총 68명으로, 지원율은 역시 8.7%에 그쳤다. 빅5 병원조차 전공의 비율이 10%에 못미치면서 의료 인력난이 심화될 전망이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발표된 '미복귀 전공의 처단' 포고령을 둘러싼 의료계 반발도 전공의 모집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해당 조치를 과도한 압박으로 간주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전공의 비율 감소는 빅5 병원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전공의 비율은 작년 46.2%로 빅5 병원 중 가장 높았는데, 올해 7.5%로 급감했다. 삼성서울병원(38.0%→5.2%), 세브란스병원(40.2%→5.1%), 서울아산병원(34.5%→3.2%), 서울성모병원(33.5%→6.4%)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공의 모집에 빅5 병원 지원자마저 소수에 그치면서 내년에도 의사 인력난이 계속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레지던트 과정은 인턴을 마친 후 지원할 수 있다. 지난 2월 의대 증원 정책 등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이후 전국 211개 병원에서 수련 중이던 인턴 3068명 중 102명(3.3%)만 현재 수련을 이어가고 있다.
사직서를 제출한 뒤 수련병원에 복귀한 전공의 수도 미미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22일 기준 전국 221개 수련병원에서 수련받는 전공의는 정원 1만463명의 10.3%인 1073명뿐이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