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심해 가스전 일명 '대왕고래' 시추를 전담할 '웨스트 카펠라호'가 9일 부산에 입항, 시추를 위한 제반 작업에 들어갔다. 시추선은 이달 중순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로 이동해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서 시료를 시추한다.
해수면 아래 1㎞ 이상 깊이의 목표 지점까지 파고 들어가 시료 암석층을 확보하는 고난도의 작업인 만큼 산업통상자원부는 시료를 확보하는데 2개월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1위 시추기업 슐럼버거가 시료 분석을 진행하게 되는데 첫 탐사시추 결과는 내년 상반기 무렵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 계획에 따르면 첫 시추는 한국석유공사가 단독 사업으로 진행하고 이후 동해 조광권을 유망구조의 실제 분포에 맞게 재조정한 뒤 해외 오일 메이저사의 투자를 유치해 탐사가 진행된다.
이번 사업을 바라보는 자원개발 업계의 마음은 불안하다. 당초 자원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대형 석유가스전의 존재를 탐사할 기회가 생긴데 고무됐지만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이 사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동해가스전 개발사업은 윤 대통령이 개발 필요성을 직접 발표하면서 이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초 탐사를 맡은 액트지오사의 신뢰성 둘러싼 다양한 의혹이 연이어 제기된 바 있다.
사업은 야당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예산결산특별위에서 내년도 예산 감액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첫 시추 사업 예산 497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정부는 올해 첫 시추 이후 추가로 필요한 약 1000억원의 사업비를 예산과 석유공사의 자체 재원으로 조달하려 했지만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비상계엄 사태까지 터지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우선 여야의 예산안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이뤄진다 해도 이 윤 대통령의 꼬리표가 붙은 이 사업이 온전히 굴러갈지 의문이다.
첫 시추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추가 시추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자원개발사업은 막대한 예산이 요구된다. 확률상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럼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가능성이 생기면 자금을 투입해 확인하는 게 일종의 '룰'이다. 지금까지 나온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이 사업은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는 것이 자원개발업계의 분석이다.
정치권이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할 시점이다. 정해진 계획에 따라 사업이 온전히 진행될 수 있는 판은 깔아줘야 한다. 이 정도 가능성을 가진 사업이 좌초된다면 앞으로 그 어떤 자원개발 사업도 추진할 수 없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