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웹툰에서 2019~2022년 연재된 웹툰 '정년이'는 생소한 여성 국극을 소재로 호평받았다. 2024년 스튜디오N에서 드라마 '정년이'로 재탄생, 시청률 16.5%로 종영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서울 한남동 사옥에서 만난 권미경 스튜디오N 대표는 “'정년이'가 웹툰 원작이 아니었다면, 작품 제작까지 많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웹툰이 문화콘텐츠로 지식재산(IP) 확장에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N은 원작 웹툰과 영화 제작을 연결하는 IP 브릿지 컴퍼니다. 2018년 네이버웹툰이 전액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다.
스튜디오N 설립과 함께 취임해 7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권 대표는 CJ ENM 한국영화사업본부장, 월트디즈니코리아 마케팅 이사 출신의 영화 투자·배급 및 마케팅 전문가다. '명량', '국제시장', '베테랑', '아가씨'의 투자·마케팅·배급을 총괄했다.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 여성 국극이 배경이다. 권 대표는 “웹툰이 아니었다며 여성이 잔뜩 나오는 그것도 50년대 후반 얘기를 플랫폼에 공급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기가 검증된 IP를 활용해 원작 인기를 잇고 불확실성은 줄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웹툰이 원천 IP로서 가치가 높은 이유로 그는 특유의 상상력을 꼽았다. “웹툰에서는 전날 저녁 한강에서 커피를 마시고 다음 날 아침 알래스카에서 낚시를 잡는 설정이 가능해요. 영상화 공법이 고려되지 않다 보니,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 더 각광을 받았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 웹툰이 상상력을 무한대로 발휘해 놓으면 이제 영상화 전문 작가가 붙는 거죠.”
스튜디오N이 현재까지 제작했거나 라인업이 확정된 작품은 40여편이다. 앞으로 '재혼황후'가 드라마로, '좀비딸'은 극장용 영화, '연의 편지'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나올 예정이다.
권 대표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장르와 포맷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며 “'유미의 세포들'은 웹툰에 이어 드라마, 영화, 뮤지컬, 굿즈도 있어 IP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를 넘어 해외 제작사와의 협업도 활발하다. 이달 일본 콘텐츠 스튜디오 '바벨 레이블'과 협력해 드라마 '알고있지만'을 공개할 예정이다. 웹툰 '고수'는 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제작사 '토에이 애니메이션'와 협업한다. 네이버웹툰에 있는 콘텐츠만 5500만개로 웹툰 IP가 방대한 만큼, 공동 작업으로 효과를 높인다는 복안이다.
티빙,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스튜디오지니, 지상파, 극장 등 플랫폼 공급망도 다양화했다. 권 대표는 “자체 플랫폼이 없어 플랫폼 다양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었지만 오히려 기회가 됐다”며 “네이버웹툰 폭이 넓다 보니, 작품마다 플랫폼별 색에 맞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