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단독으로 상임위에서 통과시켰던 이른바 '감액 예산안'을 우원식 국회의장이 고심 끝에 상정하지 않았다. 우 의장이 예산안 처리 새 시한으로 정기 국회 종료일인 오는 10일을 제시하면서 여야는 다시 한번 증액·삭감을 두고 줄다리기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우 의장이 이날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자연스레 법정 시한을 넘기게 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일 국회 본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고심 끝에 오늘 본회의에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야는 2025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인 이날 본회의를 열고 예산안 및 예산 부수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정부·여당이 일부 예산 증액에 동의하지 않았고 논의도 공회전했다. 결국 지난달 2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에서 당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안보다 4조 1000억원을 삭감한 673조 3000억원 규모의 삭감 예산안을 야당이 강행처리하면서 정국은 냉각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야당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특활비)와 검찰의 특정업무경비(특경비), 감사원 특경비·특활비, 경찰 특활비 등을 전액 삭감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검찰은 특경비가 무려 506억 9100만원이나 깎였고 특활비 80억원도 삭감됐다. 대통령실·국가안보실 특활비 82억 5100만원 등도 전액 감액됐다.
'윤석열표 예산'도 칼바람을 맞았다. 505억원이었던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과 416억원이었던 용산공원조성 사업 예산은 각각 497억원과 229억원이 감액됐다. 아울러 김건희 예산으로 평가받았던 전 국민 마음 투자 지원 예산도 정부안 508억원에서 74억원이 삭감된 바 있다.
우 의장은 예산안 처리를 위한 새로운 시한으로 정기국회 종료일인 오는 10일을 제시했다. 아울러 정부에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양당은 내년도 예산의 증액·삭감 등을 두고 다시 한번 힘겨루기를 선보일 전망이다. 특히 권력기관 특활비·특경비, 이른바 이재명표 지역화폐 예산 등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 의장은 “여야 정당에 엄중하게 요청한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10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수당은 다수당으로서, 여당은 집권당으로서 책임과 도리를 다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면서도 “정부의 자성과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 경제·민생 안전이 시급한 상황에서 그 피해는 국민의 몫이 되고 책임과 부담은 국정 운영 주체인 정부에 가장 크게 돌아간다. 설명이든 설득이든 필요한 걸 하면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편 헌법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 반면에 감액은 정부 동의 없이 가능하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