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가 끝나지 않은 내년도 예산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과했다. 야당 주도로 예결위에서 통과된 예산안은 677조 4000여억원 규모다. 정부 원안에서 4조1000억여원이 깎인 금액이다. 정부가 제출한 원안에서 증액 없이 삭감된 예산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폭설 등으로 국민이 겪는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정부가 편성한 2025년도 재해대책 예비비를 민주당이 1조원이나 들어냈다”며 “AI,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어떤 위협에 노출될지 모를 국내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예비비 예산은 정부 원안의 절반인 2조4000억원이 민주당에 의해 도려내졌다”고 지적했다.
감액 예산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을 정쟁의 볼모로 삼는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내년도 경제는 곳곳에서 경기 하강 목소리가 높다.
한국은행조차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인하하면서 내수 침체와 미국 대선 이후 커진 대외 불확실성을 반영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그동안 견조했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됨에 따라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고 밝혔다. 중국 등과 경쟁이 심해지고, 내년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한국 경제의 주축인 수출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기업들도 내년 경기 하강을 우려해 긴축에 나설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가 1일 밝힌 '2025년 기업 경영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절반가량(49.7%)이 긴축경영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긴축경영을 밝힌 기업 비중이 2019년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또 대부분 경기 회복 시기를 내년 하반기나 2026년으로 꼽았다. 내년 한해 보릿고개를 예고한 셈이다.
이처럼 기업이 긴축에 돌입하면 투자 위축은 인력감축과 내수 위축이 동반할 수 있다. 여기에 정부 예산안마저 감액될 경우 정부 예산은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새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 자국 우선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 경제는 내수와 수출 동반 하락을 겪을 수 있다. 정부 예산은 이럴 때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여야는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이러한 대외 상황을 고려해 경제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예산안 심사를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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