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산안 자동 부의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재의요구를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 예산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법률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내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야당 주도로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했다”며 “정부는 법률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자동 부의 제도는 11월 30일까지 예산안과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정부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2012년 국회선진화법 입법 당시 도입됐다.
최 부총리는 법률안에 대해 “헌법이 정한 의결 기한을 준수하지 않은 상황을 정당화해 위헌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헌법은 예산안 의결 후 행정부가 집행할 시간을 준비할 수 있도록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 부의가 폐지되면 헌법 규정에 반하는 상황을 명시하게 된다.
최 부총리는 또한 “예산안이 기한 내 의결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지면 국회 의결이 늦어지고 피해는 국민에게 귀결된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예산안이 12월 초에 의결되는 경우 국가재정법에 따라 취약계층 일자리, 지역 SOC 등 연초 집행이 필요한 사업의 예산을 미리 배정해왔다. 그러나 최근 2년은 국회 의결이 12월 하순으로 지연되면서 이를 실시하지 못했다. 자동 부의 폐지로 예산안 심사가 지연되면 회계연도 개시 전 배정을 실시하지 못하게 된다.
더불어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의 확정도 지연돼 고용, 기업투자, 소비 등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 불확실성이 가중될 우려도 크다고 봤다.
최 부총리는 “국회 심사기간 확보도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가재정법은 정부의 예산안 제출 기한을 헌법에서 규정한 10월 2일보다 한 달 앞당긴 9월 2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자동 부의 제도를 시행할 당시 심사 기간 확보를 위해 법을 개정한 것이다.
최 부총리는 “예산안 늑장 의결 반복은 국가시스템에 대한 대내외의 신뢰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준예산에 대한 우려 등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이 반복되는 과거로 회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법률안이 이송되면 재의요구를 대통령께 건의해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