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처럼' 백마 탄 대통령 통했다…무소속 후보 '6위→1위' 역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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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대통령 후보 칼린 제오르제스쿠(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각각 공개한 승마하는 모습. 사진=엑스 캡처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점쳐지던 한 후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한 전략으로 1차 투표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파이낸셜 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친(親) 푸틴 성향의 극우 정치인 칼린 제오르제스쿠(62; 무소속) 후보는 24일(현지 시각) 루마니아 대선 1차 선거(예비 선거)에서 약 23%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루마니아 대선은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득표 1위와 2위 간 결선 투표를 통해 당선자를 가린다. 결선 투표에서 그가 승리하면 전례 없는 역전극이 되는 것.

무소속으로 출마한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지난달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0.4%에 불과한 '기타' 후보였다. 아무도 그의 승리를 예상하지 않은 것. 이달 다른 여론조사에서 5.4%로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지만 여전히 6위에 그쳤다.

하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20% 이상의 예상치 못한 득표율을 거둬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로써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유력 후보였던 중도우파 야당 루마니아 구국연합(USR)의 엘레나 라스코니 대표와 결선에서 맞붙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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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대통령 후보 칼린 제오르제스쿠(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각각 공개한 무술하는 모습. 사진=엑스 캡처

FT는 놀라운 승리를 거둔 제오르제스쿠 후보의 전략을 '푸틴 지지자 틱톡 스타가 루마니아 대선 예비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집중 조명했다.

전문가들은 전 극우정당 AUR 명예 회원인 제오르제스쿠 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승리한 데에는 승마, 무술, 반체제 성향을 담은 선거 운동 영상을 틱톡 등에서 바이럴(입소문) 됐기 때문이라고 봤다. 일부 영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남성성'을 한껏 과시하며 공개한 영상과 닮았다.

특히 그는 영상에서 우크라이나에 회의적인 한편 이를 지원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EU)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루마니아는 EU 회원국이다.

그는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며칠 뒤 푸틴 대통령에 대해 “자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미국이 방공 시스템을 배치한 일에 대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에 대한 적대 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루마니아 분석가이자 역사가인 이온 M. 이오니타는 “틱톡의 승리”라며 “정당은 필요 없다. 소셜미디어에서 바이럴되면 된다. 그(제오르제스쿠)는 확실히 바이럴 됐다”고 말했다.

수년 간 이어진 경제적 침체와 정치 스캔들 사이에서 주요 정당들이 고군분투하며 신뢰성을 유지하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현실과 관련 없는 메시지에 열광하게 됐다고 이오니타는 짚었다.

또한 농촌과 젊은 남성 유권자 모두에게 어필하는 종교적, 극우적 견해를 표방해 선거 자금을 사용하지 않고도 23%의 득표율을 올렸다고 봤다.

FT는 “제오르제스쿠의 성공은 트럼프 스타일의 포퓰리즘이 유럽에도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대한 루마니아인의 생각이 크게 변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제오르제스쿠의 '러시아 사랑'이 이어지고 있지만 크렘린궁은 “제오르제스쿠와 러시아의 관계에 대한 입장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대선 결과에 대해 예측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제오르제스쿠가 결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러시아에 상당한 이득이 돌아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루마니아는 우크라이나에 방공 시스템을 포함해 10억 유로 상당의 군사 장비를 제공했다. 또한 흑해 연안에 미국 공군 기지가 있다. 만약 그가 루마니아의 정권을 잡게 되면 군사와 외교 관계를 감독하게 돼 러시아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그가 올린 여러 영상은 틱톡에 의해 삭제된 상태다. 선거 광고임에도 이를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영상이 여전히 다른 사용자에 의해 재업로드돼 온라인에 남아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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