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방 디지털 혁신을 견인하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현실(VR) 등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으로 민·군 기술협력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국방 분야는 안보상 중요한 분야로 정보공개가 제한되고, 민간에서 개발한 기술이 군에 진입하기에는 여전히 장벽이 높다. 군은 주로 높은 수준의 안정성을 요구한다. 국방 현장에서 시험검증의 완료 여부, 국방 분야에 기술 적용사례(Reference) 확보 여부 등이 필수적 요구사항이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은 기술이 매개체가 된 디지털 냉전으로 AI, 우주, 5G·6G, 사이버 분야 등에서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또, 군사와 민간 영역의 기술 간격이 거의 없어지고 경계가 없는 하이브리드형 기술이다. 현재, 국방과 민간 기술을 상호 활용하고 융합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과학기술은 민간에서 먼저 개발해 국방 분야에 적용되기도 하고, 국방에서 먼저 개발돼 민간에 순차적으로 응용되기도 했다.
미국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중심으로 개발한 국방의 우수한 기술이 민간 기술을 주도했다. 예컨대 인터넷, 내비게이션, 음성인식, 무인 자동차, 원격 수술 로봇 등도 군사적 목적에서 개발돼 민간 영역으로 확장돼 사용된 대표적인 기술이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사례처럼 민간에서 개발한 기술을 국방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군 실무자가 정부연구원의 실험에 직접 참여하는 살아있는 실험실, 생활실험실이라 불리는 리빙랩(Living Lab)을 추진하고 있다.
필자가 과제책임자로 수행 중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공 업무·임무용 정보통신자원의 노출을 최소화하는 지능적 스텔스화 기술개발' 결과물이 대상이다. 즉 국방에 도입 여부를 타진하는 셈이다.
지난 9월 연구진은 육군정보통신학교와 함께 '와이파이(WiFi) 기반 지능적 스텔스 네트워크(ISN) 기술 리빙랩 착수회의'를 개최했다. 필자는 뜻깊은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육군정보통신학교에서 국방 현장시험을 마쳤다. 뒤이어 타군에서도 리빙랩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ISN 기술은 정상 사용자로 식별된 사람·장치·노드만 접속하도록 정보통신 자원을 스텔스화 및 지능적으로 관제하는 기술이다. 강한 보안이 요구되는 국방에 필요한 기술로 군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필자는 각 군과 검토회·시연회를 통해 군 요구사항을 청취하고 개발에 반영했다. 리빙랩을 통해 추가 요구사항을 검토할 것이다.
개발한 기술 중 완성도가 높고 기술이전을 완료한 '지능적 스텔스 무선랜 관리기술(ISN 매니저)'과 '무선 구간의 트래픽 이상탐지 및 차단기술'을 최우선 실증할 것이다.
ISN 매니저는 업무망에 무선랜을 활용토록 하는 기술이다. 또한, 무선랜 구간의 트래픽 모니터링과 위협탐지 및 차단 기능까지 강점으로 제공한다.
향후, 리빙랩을 추진하는 국방 테스트베드 상에서 시험 중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 개발해 국방 적용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그동안 보안성 문제로 WiFi를 업무에 사용하기를 꺼리던 군 사용자들에게 이번 실증하는 ISN 기술이 무선랜 활용 대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을 군이 테스트베드가 돼 군 활용 가능성을 시험하고 적용하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이를 통해 미래 국방력 강화와 함께 국가 발전과 국민 안전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박혜숙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국방안전융합본부장 parkhs@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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