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상자산, 규제 일변 정책 재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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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들이 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시장은 높은 거래량과 관심도로 인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높은 규제 장벽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가상자산에 대한 한국 금융당국 규제는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 엄격한 편이다. 자금세탁방지(AML) 규정과 불공정 거래 위험 방지를 위한 법적 요건은 특히 강화된 상태다. 가상자산을 법적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은 해외 기업들의 국내 결제 서비스 확장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크립토닷컴은 지난 2022년 오케이비트를 인수하고 이를 통해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규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절차와 검토로 인해 실질적인 서비스 제공에는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행법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가 한국 내에서 원화 기반의 거래소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실명 계좌를 운영하는 국내 시중은행과의 협약을 체결해야 하고, 금융당국의 추가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성공 여부도 보장되지 않는다.

바이낸스와 같은 세계적인 거래소 역시 국내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시장이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들에게 얼마나 높은 장벽으로 느껴질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들의 한국 진출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해외 자본 유입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 첨단 기술 발전을 촉진할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국내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가상자산 산업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자리 잡는다면 이들 기업이 보유한 첨단 기술이 국내에 유입되고 관련 기술의 고도화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혁신적인 서비스와 기술 발전이 촉진될 수 있으며, 소비자들에게도 더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지나친 규제 강화보다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규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해외 기업들이 국내 법과 규제를 준수하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침과 지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의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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