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5년 전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진작 투자 지원을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올해 열린 '디스플레이의 날' 기념식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자주 언급했던 말이다. 경쟁국을 따돌리고 OLED 패권을 공고히 하려면 정부와 발걸음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읽힌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아쉬움도 담겼다.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마주한 씁쓸한 현실이다. 중국 패널 업체들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최근 열린 콘퍼런스에서 중국의 모바일 OLED 점유율이 48%를 넘겼다고 발표했다. 중국 업계는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면 손해를 감수한다는 의지도 분명하다.
팔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가격에 패널을 판매해도 정부가 이를 보전해주기에 가능한 전략이다. 낮은 가격에 OLED 패널을 자국에 팔아도 정부 지원을 받아 설비 투자를 하기에 남는 장사다. 이같은 방식으로 OLED 시장 점유율을 높여갔는데, 한국이 1위를 차지하던 액정표시장치(LCD) 패권을 중국이 가져간 것과 유사하다.
비전옥스의 8.6세대 정보기술(IT) OLED 투자는 중국 전략의 단면을 뚜렷히 보여준다. 비전옥스 지분율은 20%로, 지방정부와 지방정부가 관리하는 산업지구가 각각 40%씩 투자한다. 비전옥스는 이 덕분에 적은 투자로 도전적인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중국 투자 방식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공정한 시장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이들과 경쟁하는 국내 업체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경쟁이라도 할 수 있는 제도·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우선 연말에 일몰을 앞둔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 세액공제를 연장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올해 초부터 연장 필요성이 언급됐지만 여전히 제자리다. 우리 기업이 최소한 경쟁 발판을 마련할 기회를 갖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