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 일회용품 무상제공을 금지하는 법률 개정안이 대표발의됐다. 비효율적이고 복잡한 '일회용컵 보증금제'보다 일회용품 감량을 명확히 유도할 수 있는 '유상제공 의무화'를 도입한다는 취지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예외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허용되는 경우에도 무상제공은 금지하고 유상으로만 제공할 수 있도록 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고 밝혔다.
현행 자원재활용법은 자원순환보증금 제도를 통해 일회용컵 재활용 촉진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가맹점이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소상공인들에 고통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영수증에 자원순환보증금액을 표시하고, 내용물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반환받은 컵을 재질별로 구분하고, 지정된 업체에 위탁해서 처리해야 하는 등 카페 운영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따르다 시간을 다 보낼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을 쓴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져, 일회용컵을 원천적으로 감량하려는 목적 달성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의원은 “유럽 주요국을 보면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없으며 일회용품 감량을 위해 무상제공 금지 및 부담금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자원재활용법은 식품접객업·대규모점포 등 시설· 업종을 경영하는 사업자가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하고 무상으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다. 예외적으로 식품접객업소 외의 장소에서 소비할 목적으로 음식물을 판매하는 경우 등에 한해 일회용품의 사용 또는 무상제공을 허용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일회용품의 사용제한이 어려운 경우에도 무상제공은 금지하고 유상판매를 통해 소비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부과해 일회용품의 사용 감량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지난 3월 실시한 '환경보전에 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해 정부가 해야 할 일 1순위로 일반국민 45.6%, 전문가 43.7%가 '플라스틱 사용 규제 강화'를 꼽았다. 가장 바람직한 재원조달 방안으로 일반국민 44.1%, 전문가 28.6%가 '환경오염 유발 제품에 부담금 부과 강화'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플라스틱컵 등 일회용품의 효과적인 감축을 위해서는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일회용컵 보증금제보다는 무상제공 금지와 함께 다회용기 사용 소비자에 보다 많은 혜택을 주는 확실한 일회용품 감량을 유도할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국민들은 기후위기 대응과 환경보호를 위해 일회용품 감축에 적극 동참할 만큼 시민의식이 성숙한데 제도가 시민들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