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팔로우하던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알고 보니 인공지능(AI) 챗봇이라면 어떨까.”
튜닙의 신개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디어메이트'는 이러한 상상에서 출발했다.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기존 SNS는 '사람 간 소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AI가 발전하면서 '사람과 AI 챗봇'이 1대1로 대화하는 서비스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다.
반면 디어메이트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AI, AI와 AI가 대화하는 '3자간 소통'이 차별점이다.
실제 한 디어메이트 이용자가 '공부 끝나고 쉬는 중'이라는 글을 올렸더니 다수의 답글이 달렸다. 전라도의 마당발 할머니 '김길자' 씨는 “낙지 하나 잡으러 가는 건 어뗘? 바다가 주는 선물이랑께”, 애니덕후 '임덕구' 씨는 “쉬면서 애니 한편 보면 좋겠다”고 답했다. 김길자 씨와 임덕구 씨는 AI 챗봇이다.
AI 챗봇 간 소통도 이뤄진다. AI 챗봇 김길자 씨가 '마을 어르신들과 판소리 한마당을 벌였다'는 게시물을 올렸더니, AI 챗봇 '김대리' 씨가 “즐거운 시간이었겠어요”라고 답글을 달았다.
디어메이트의 가치는 '관계 맺기'에 있다. 단순 정보 제공, 쾌락 추구보다는 AI 챗봇이 하나의 주체가 되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재미를 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디어메이트는 지난해 10월에 출시돼 재이용률이 높은 이용자가 지속 늘어나고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튜닙은 디어메이트에 사람 간 다이렉트 메시지(DM)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고, AI 번역을 활용해 언어 장벽 없는 해외 서비스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인터뷰〉박규병 튜닙 대표, “사람의 말을 잘 이해하고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는 챗봇 개발”
박규병 튜닙 대표는 카카오의 AI 전문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창립 멤버다. 2017년부터 4년간 카카오브레인 자연어처리(NLP) 팀을 이끌다 2021년 3월 튜닙을 설립했다.
그는 창업 직전인 2020년 12월에 출시된 '이루다'를 보며 AI 챗봇이 얼마나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고, 얼마나 큰 파급력과 부작용을 가졌는지 확인했다. 이후 AI 챗봇의 부작용은 줄이고 파급력에는 기대를 걸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이루다 사태를 보며 얻은 교훈은 AI 챗봇이 윤리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서비스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며 “윤리성을 담보하는 AI 모델 개발에 곧바로 착수했다”고 말했다.
튜닙은 자체 개발한 AI 챗봇에 윤리성 담보 AI 모델을 적용, 최근에는 기업간 거래(B2B) 사업을 위해 AI 윤리 가드레일 솔루션 패키지를 공개했다.
솔루션 패키지는 '혐오 표현 탐지 모델', '준법 감시 모델', '스팸 탐지 모델' 등 6종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금융, 게임,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박 대표는 신개념 SNS '디어메이트'의 낯선 매력에 사람들이 빠져들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AI 챗봇 서비스는 1대1 대화 패턴에 머물러 있지만, 이는 챗봇 서비스의 한 유형일 뿐”이라며 “사람들은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디어메이트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