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덕 본원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과기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비롯한 연구현장이 겪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지적, 개선 요구가 이어졌다. 제도, 처우 개선으로 현장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이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출연연, KAIST를 비롯한 4대 과학기술원 등에 대한 국감에서 첫 질의를 한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보 보도(관련 기사 10월 8일 3면)를 인용해 5년만에 하락세를 탄 출연연 기술료 수입 문제를 짚었다.
이 의원은 “출연연의 공공기관 해제로 인재활용에 기술료 수입이 활용 가능하게 돼 기술이전 전담조직(TLO) 중요성이 막중해졌는데, 이러면 재원 안정성이 줄어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담 인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과감한 인력 확대가 필요하고, TLO 전문인력이 순환 근무로 제 역할을 못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황정아 의원은 지난해 광풍을 불렀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사태를 '폭거'로 규정하며, 이에 따른 연구현장의 황폐화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황 의원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국민들의 과학분야 노벨상 기대가 높은데, 현실은 R&D 예산을 총지출의 5%로 둔다는 (정부) 약속을 못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비중이 줄고 있다”고 밝혔다.
극심한 과기계 이탈에 이것이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황 의원에 따르면 3년간 의대진학 사유로 KAIST를 떠난 학생은 3년간 189명. 5년간 출연연을 떠난 30대 이하 자발적 퇴직자는 788명에 달한다. 예산 투자가 이공계 인재성장 사다리 복원의 길이라는 의견이다.
황 의원은 “정부가 내놓은 연구생활장려금(한국형 스타이펜드) 제도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며 “처우개선을 위해 연구과제 중심제도(PBS) 제도개선, 출연금 확대, 임금피크제 개선, 정년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당에서도 제도 개선 의견이 나왔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출연연의 출연금 대비 인건비 비중이 평균 44%로, 지원금으로는 월급의 절반도 못주는 것”이라며 “PBS에 매일 수밖에 없어 연구 성과 질이 떨어지고, R&D 사업이 파편화 된다”고 전했다.
같은 당 신성범 의원은 정년 문제를 피력했다. 그는 “출연연 연구원 정년은 만 61세로 10%만 65세 정년이 가능하다”며 “6년간 약 1100명이 퇴직해 절반 이상이 대학으로 갔는데, 이는 대학 정년이 65세로 보장돼 있어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65세 정년 연장으로 출연연 종사자들이 더 기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신 의원은 이와 함께 “2023년 출연연 신입 연구원 연봉이 3900만원으로, 이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기 특성화대 관련해서는 광주과학기술원(GIST)에 대한 지적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기철 총장 개인에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GIST가 초반 10년 무섭게 발전해 KAIST에 필적했지만 최근 정체, 후퇴, 혼란, 난맥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다른 과기원은 예산이 늘었는데 GIST는 줄었는데 총장 무능 아니냐”고 임 총장에게 물었다.
또 이광형 KAIST 총장의 기부금 모금액이 약 2500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정 의원은 총장의 능력 차이로 GIST에 기부금이 모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학 운영 핵심은 '기부금 사이즈에 있다. 광주와 전남 출신 기업인들이 GIST가 아닌 KAIST에 기부하는 것은 총장 능력 차이”라며 “대오 각성해 대전환을 하던지, 사표를 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쏘아붙였다.
한편 이번 53곳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 국정감사는 단 하루만 이뤄져 충분한 논의가 어려웠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이 5년째 이어져 관행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전에는 통상 출연연, 과기정통부 직할기관으로 나눠 이틀에 걸쳐 국감이 진행됐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일정이 줄었다.
더욱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국감 단독 진행 여파로 일정이 조정돼, 올해 역시 53개 기관 국감 일정이 하루로 줄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