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응집물질물리학 중심 화두이자 최대 난제인 고온초전도체와 초유체 비밀을 풀기 위한 실마리가 발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근수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고체 물질 속에서 전자가 액체·고체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전자결정 조각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고체 물질 속에서 원자는 규칙적인 배열을 이뤄 움직일 수 없지만, 전자들은 기체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전압을 걸고 전자 흐름을 만들어 주면 전류가 발생한다. 이때 전자들이 서로 밀어내는 힘을 고려해 전자들이 규칙적인 배열을 이루어 움직일 수 없는 전자결정 상태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유진 위그너가 제안한 바 있다.
전자를 이 같은 결정상태로 만들 수 있으면 고온초전도체나 초유체와 같은 난제 해결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는 수십 년간 물리학 주요 화두였으며, 전 세계 수많은 연구자가 연구해 온 난제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앞서 2021년 알칼리 금속을 도핑한 물질에서 액체 성질을 가진 전자상태를 발견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도핑 농도를 조절하는 등 후속 연구를 지속 수행한 결과 특정 도핑 농도에서 액체 성질뿐 아니라 고체 성질도 동시에 갖는 전자결정 조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발견한 전자결정을 입증하기 위해 방사광가속기와 각분해광전자분광 장치를 이용해 전자 에너지와 운동량을 정밀 측정했고, 미세한 전자결정 조각이 존재할 때 나타나는 독특한 불규칙성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액체결정 상태와 같은 전자결정 조각을 발견한 세계 최초 연구 결과로, 관측된 불규칙성은 물질 점성이 사라지는 초유체 특징과도 유사하다. 이를 '로톤(러시아 물리학자 란다우가 초유체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준입자)'이라 하는데, 오직 짧은 거리 배열만 존재하는 결정 조각을 바탕으로 초유체와 로톤의 미시적 원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근수 교수는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전자의 규칙적인 배열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이분법적으로 인식해 왔다”며 “이번 연구는 짧은 거리 배열만 존재하는 제3 전자결정 상태를 인식하게 됐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17일 실렸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