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가 국내 금융권 최초로 독자 개발한 AI 플랫폼 '유니버스'를 수출하는데 성공했다. 금융사가 소프트웨어를 수출한 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일이다.
현대카드는 일본 3대 신용카드사 SMCC(스미토모미쓰이카드)에 유니버스(UNIVERSE)를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계약 규모는 수백억원 규모로 우리나라 단일 소프트웨어 수출로는 역대급 실적이다.
유니버스는 현대카드가 자체 개발한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초개인화 AI 플랫폼이다. 데이터를 정의하고 구조화하는 '태그(Tag)'로 개인 행동·성향·상태 등을 예측해 고객을 직접 타깃할 수 있고, 업종에 상관없이 비즈니스 전 영역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SMCC는 유니버스 도입으로 취향, 결제 패턴, 라이프 스타일 등을 반영해 회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AI와 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가맹점 판촉 고도화는 물론 여신 업무, 고객 상담, 부정사용 감지 등 업무 전영역에 유니버스가 활용된다.
이번 수출로 현대카드는 지난 2015년 '디지털 현대카드'를 선언한지 9년 만에 독자적인 데이터 기술력을 해외시장에서 인정받게 됐다. 금융업에서 테크기업으로 전환에 성공한 첫 사례라는 평가다.
SMCC는 일본 현지서 디지털 혁신 노력을 통해 변화를 이끌고 있는 리딩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2월부터 약 6개월간 기술 실증(PoC·Proof of Concept) 절차를 진행한 끝에 유니버스 도입을 확정했다.
까다로운 일본시장 검증을 통과한 덕에 현대카드 수출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 SMCC가 속한 일본 SMFG(Sumitomo Mitsui Financial Group) 산하 타 계열사뿐 아니라 해외 금융사들도 유니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SMCC 관계자는 “철저한 검증 과정을 통해 현대카드가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분석 및 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도입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전통 금융사업 및 금융 시스템 등을 통한 해외 진출이 아닌 테크 기반 해외 진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일본을 시작으로 북미·유럽·중동·아시아 등 각국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협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