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넷플릭스 등 거대 플랫폼기업의 일방적 가격인상을 막도록 이용약관을 투명하게 관리하자는 논의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이 잇달아 제도개선에 나선 데 이어 한국에서도 국정감사를 계기로 제도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14일 국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주요국은 글로벌 플랫폼기업의 이용약관 등을 투명하게 공개·관리하도록 하는 제도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구글·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에서 별다른 설명없이 이용요금을 20~45%가량 일방 인상했다. 거대 플랫폼 기업이 구독 서비스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며 '스트림플레이션' 논란이 일었다.
이에 국내에서는 올해 국정감사를 계기로 '부가통신사 이용약관 신고제'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제기됐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하고 '이용약관 신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감 전 구글·넷플릭스·네이버·카카오 등 부가통신사가 상품·서비스 출시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이용약관을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강제력을 갖지 않더라도 신고 절차를 통해 부가통신사가 일방적 가격 인상 전 자체 검토하고, 정부가 사후적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구글 유튜브 프리미엄의 45% 요금인상이 부당하다며,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실제 KISDI가 발표한 '부가통신사업자 이용약관 신고제 검토에 따른 국내외 규제 현황 및 분석'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이 유사한 취지 법안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플랫폼 투명화법'을 시행중이다. 시장영향력이 큰 거대 플랫폼을 대상으로 이용자보호·공정거래 유지, 이용약관 등을 담은 '자기평가보고서'를 매년 제출토록 하고, 문제를 발생시킬 경우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는 '소비자법전'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가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약관을 포함해 모든 중요 정보를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독일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사항으로 정확하고 투명하지 않은 요금 정보 등을 명시했다. 이를 통해 거대 플랫폼의 일방적 가격인상 등을 관리·견제한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구글·메타·애플 등 기업이 자체적으로 '투명성보고서'를 작성해 정부당국에 제출토록 한다. 투명성보고서에는 불법·유해 정보를 차단하기 위한 자체시스템, 추천 알고리즘을 명시하도록 했다.
손가녕 KISDI 전문연구원은 “플랫폼 중심으로 대형 부가통신사업자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경쟁 및 이용자 피해 측면에서 우려가 증가하고, 안전장치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약관 신고제 도입 논의와 관련해선 통상분쟁, 실효성, 국내외 플랫폼 간 격차 등을 신중히 고려해야한다”고 주문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