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수 '조로증' 환자, 28세 나이로 결국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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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 나이로 사망한 이탈리아 프로제리아 재단 홍보대사 새미 바소. 사진=새미 바소 인스타그램 캡처

기대수명 13.5년에 불과한 희귀병 '조로증'의 생존자, 이탈리아 출신의 새미 바소가 28세 나이로 숨졌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프로제리아(Progeria; 소아조로증) 재단은 바소가 지난 5일 가족 및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고 밝혔다.

1995년 12월 1일 이탈리아 티에네에서 태어난 바소는 두 살 때 허친슨-길포드 증후군(조로)을 진단받은 소아조로증 환자다.

전 세계적으로 2000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조로증은 노화 과정이 극심하게 과속화되는 희귀 질병이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주인공 벤자민이 어린 시절 노인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던 것에서 착안해 '벤자민 버튼병'이라고도 불린다.

유전자 이상으로 노화가 매우 빨라지는 반면 성장은 느려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이 높다. 이 때문에 기대 수명은 13.5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바소는 28세까지 생존하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조로증 환자'로 불렸다.

바소의 부모는 아들과 같은 희귀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2005년 이탈리아 프로제리아 협회를 설립하고 아들을 홍보대사로 발탁했다.

또한 바소 역시 프로제리아에 대한 각종 치료법 임상 실험에 참여하고, 유전자 치료법에 대한 박사 과정을 밟는 등 조로증을 이겨내기 위한 각종 노력을 펼쳤다.

유전 공학을 통해 조로증을 치료할 가능성에 대한 연구 논문으로 2019년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이탈리아 공화국 공로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바소의 사망 소식을 전한 재단 관계자는 “새미는 20년 전 만나 우리에게 영감을 주었다. 또한 재단의 임상 시험에 참여한 최초의 사람 중 한 명이었고, 유전자 편집 팀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프로제리아의 치료법을 찾는 데 기여하기 위해 스스로 과학자가 되었다”고 회상하며 “우리는 새미의 삶에 대한 놀라운 열정, 낙관주의, 친절, 그리고 뛰어난 재능에 대한 추억을 소중히 간직할 것”이라고 애도를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