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앉은 의사·정부...의대증원 입장차 재확인

8개월 째 이어진 의정갈등 속에서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 물꼬를 텄지만,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다.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의대 증원을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의료계는 1차 의료 강화를 통한 환자 중심 의료체계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10일 서울대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대 의대 융합관 박희택홀에서 '의료 개혁,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서울대의대 측이 대통령실에 먼저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진 이번 토론회는 정부 측에선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참석했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정부와 서울대의대 측은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놓고 대립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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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대의대·병원교수 비대위는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자료: 보건복지부TV)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의대 정원 확대 관련)정부가 참고한 3개 전문가 연구도 2035년 약 1만명이 부족하다고 동일한 결과가 나왔는데, 정부는 이 연구결과만 받아들이지 않고 깊이 있게 더 들여다봤다”면서 “의사가 90세까지 똑같이 일한다거나 모든 의사가 휴일을 빼고 265일 줄곧 일한다는 가정을 현실에 맞게 보완할 경우 추가로 필요한 의사 수는 2035년까지 1만명이 아니라 두 배 이상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는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을뿐더러 절차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강희경 서울대의대·병원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의사가 OECD 평균보다 적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환자는 OECD 평균과 비교해 수명이 3살 많고 사망률도 적다”면서 “일본과 비교해 의사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전체 환자 80% 이상이 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하고 있다고 조사됐는데, 의사 수가 적다는 게 과연 부족하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2020년 9월 4일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고 합의했지만, 정부가 파기했다”며 “정부의 의료개혁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서울대의대 모두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1차 의료 강화,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에선 공감했다. 다만 정부는 이 같은 개편이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가야한다고 주장한 반면 의료계는 현 체제 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맞섰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의료개혁 추진은 의료기관이 각자 기능에 맞는 환자를 중심으로 협업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첫 단추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통해 1차 의료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은진 서울대의대·병원 비대위원은 “의료기관이 환자 건강의 질과 건보재정을 향상했을 때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결국 진료 연속성이 중요한데 비용효과가 좋으면서 진료 질은 유지하고, 아플 때 바로 큰 병원으로 보내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서 의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식석상에서 정부와 의료계가 처음으로 머리를 맞댔지만 의대증원을 둘러싼 입장차가 여전한 데다 의료계에서도 이번 대화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점은 갈등 해소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실제 이날 경기도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서울대의대·병원 비대위는 정부 들러리 토론을 중단하고 전공의와 의대생을 포함한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한 투쟁에 나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