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원격대학, 미래 대학을 제시한다②사이버대 교육 현장, 헝가리 교수에게 피아노 레슨받고 스튜디오 메이크업 수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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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이버대 피아노과에서 디스클라비아로 원격 연주 수업을 하는 모습. (사진=이지희 기자)

#서울사이버대 피아노과 수업 현장.

대형 스크린에 헝가리 리스트 음악원의 파르카스 교수의 모습이 비친다. 그는 화면을 통해 학생의 피아노 연주를 살펴본다. 학생의 연주가 끝나자, 파르카스 교수는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설명한 뒤 직접 건반을 친다.

파르카스 교수의 연주에 맞춰 실시간으로 서울 강의실에 있는 피아노 건반이 똑같이 움직인다. 원격 시스템을 사용한 '디스클라비어(Disklavier)'다. 소리뿐만 아니라 터치, 페달 등 모두 그대로 전달된다. 서울사이버대 피아노과 수업 현장의 모습이다. 해외 저명한 피아니스트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는 일은 유수 대학의 피아노과에서도 쉽지 않은 경험이다.

많은 이들이 원격 교육을 교수가 화면을 통해 강의하고 학생은 인터넷으로 수업을 듣는 방식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경험해 본 사이버대 강의는 편견을 완전히 깨뜨렸다. 다양한 교과 과정과 정교한 방식의 수업으로 학습자에게 교육을 제공한다.

최초 피아노과 개설 서울사이버대…교육공학 전문가의 체계적 콘텐츠 구성

대중문화 확산에 따라 예술 분야에 대한 수요가 늘자 서울사이버대는 피아노과를 선도적으로 신설했다. 계열별 모집에 따라 학과 정원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현재 학과 규모는 전체 300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수요는 꾸준하다.

여느 강의처럼 이론 수업도 진행되지만 디스클라비어를 활용한 마스터 클래스, 다각도 촬영을 통한 연주 수업, 서울사이버대 오프라인 캠퍼스에서 진행되는 실습수업까지 강의 방식은 온라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학생을 모집해 헝가리 리스트 대학으로 직접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서울사이버대 피아노과는 스타인웨이(Steinway & sons) 피아노와 디스클라비어가 가능한 야마하 피아노 다수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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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디자인학과 수업을 위해 새롭게 구축한 서울사이버대 스튜디오. (사진=이지희 기자)

최근에는 뷰티디자인학과 수업을 위해 스튜디오를 새롭게 구축했다. 카메라 수십 대를 설치해 네일, 메이크업 등 장면을 학생들이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허받은 영상 기술을 통해 학습자는 화면을 자유롭게 돌리면서 수업을 참관한다. 모든 수업은 어떤 기기나 운영체제에서도 작동한다.

교수들이 수업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튜디오 환경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1인 강의가 가능한 소규모 스튜디오부터 온라인 플랫폼에서 가능한 모든 종류의 수업을 제작할 수 있는 메인스튜디오까지, 수업이 다양한 만큼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튜디오 형태도 다양하다. 메인 스튜디오는 방송국 수준의 장비를 갖췄다.

장소와 시간 구애가 없는 사이버대는 해외 교육 수요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우정통신기술대(PTIT)와 복수 학위 프로그램 협약을 맺었다. 2년은 베트남 현지에서 수업을 듣고, 2년은 서울사이버대 수업을 수강하면 두 대학의 학위를 모두 취득할 수 있다. 해외 수요가 늘어나면서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는 외국인 학생이 수강하는 과목을 대상으로 다국어 강의 서비스를 송출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사이버대는 모든 강의 자료를 콘텐츠팀에서 제작한다. 교수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면 교육공학 전문가가 강의 내용을 구조화·시각화 작업을 통해 담당 교수에게 제공한다. 1년에 운영되는 총 강의는 1100개로 한 학기에 제작하는 콘텐츠는 120여 개에 달한다. 특허받은 학습 관리 시스템(LMS·Learning Management System)을 통해 강의 내용이 일부 변경되면 그 부분만 뽑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서울사이버대는 한양사이버대에 이어 교육부로부터 박사과정 개원을 승인받았다. 구국모 서울사이버대 입학부총장은 “사이버대 박사과정 승인을 받은 것은 사이버대 교육이 박사과정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국내 학습자를 비롯해 지리적으로 수업을 듣기 어려웠던 해외 학습자까지 학업 대상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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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대 최초 계약학과·미술치료학과 등 특성화 살린 전공 눈길

지난해 한양사이버대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국내 사이버대 최초 계약학과인 반도체공학과를 신설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소속 고졸 사원의 직무교육을 목적으로 개설된 학과로 학생들은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 졸업 후 학생들은 교육부 정식 인가를 받은 학사 학위를 취득해 일반대학원 및 특수대학원 진학 자격도 갖춘다.

한양사이버대 반도체공학과 교수진은 해당 분야 교육 및 현장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기계공학개론, 재료역학, 전자기학, 디지털논리회로, 전기설비공학, 지능형로봇, 메카트로닉스 등 여느 일반대 반도체학과 커리큘럼과 유사한 교육과정으로 구성됐다. 이론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하지만 수업내용을 현장에서 적용해 볼 수 있도록 현장실습과 직무교육 과목도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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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 Baja 부문'에서 우승해 산업부장관상을 수상한 한양사이버대 학생들. (사진=한양사이버대)

최근 열린 '2024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 Baja 부문'에서 우승해 산업부장관상을 받은 이들은 한양사이버대 기계자동차공학부 동아리 '망치 모터스' 소속 학생들이다. 참가 대학 중 사이버대로는 유일하다. 이론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지만, 공학 수업에 필요한 실습 역량 강화를 위해 기계공학부 실습실을 활용해 다양한 실습 활동을 한다. 동아리 망치 모터스는 실무역량을 기르는 역할을 한다.

대구사이버대는 최근 교육부로부터 박사과정 개원을 승인받았다. 휴먼케어대학원을 일반대학원으로 전환해 내년 3월부터 박사과정을 운영하게 된다. 대구사이버대는 사회복지·사회복지·상담 및 치료 분야에 특성화를 가지고 있다. 특히 미술치료학과는 사이버대 최초로 개설된 학과이기도 하다. 국내에는 유일하게 대구사이버대 휴먼케어대학원에 미술치료 석사과정이 개설돼 있다.

한 사이버대 기획처장은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하며 사이버와 원격 교육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사이버대가 어떤 곳인지, 어떤 교육을 하는 곳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면서 “온라인 교육의 영역에서만큼은 일반대 못지않게 다양하고, 좋은 강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